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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비가 없다는 말에 덜컥 연락했다가 머리만 아파졌다

가맹비 무료라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메일을 보냈다

직장을 다니면서 뭐라도 부업을 해야 하나 싶어 무인 사진관이나 무인 카페 같은 걸 기웃거리던 때가 있었다. 마침 인스타그램 광고에 ‘선착순 10호점 가맹비 및 교육비 면제’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힌 어떤 무인 브랜드 광고가 뜨길래 홀린 듯이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다음 날 바로 본사 가맹본부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아주 친절한 담당자가 이것저것 설명해 주더라. 원래 내야 하는 가맹비 500만 원이랑 교육비 200만 원을 한시적으로 안 받겠다고 하니, 당장 시작하면 최소 700만 원은 아끼고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학생창업이나 소자본창업 성공 사례라면서 블로그 링크도 몇 개 보내줬는데, 그때만 해도 진짜 나만 좋은 기회를 잡은 줄 알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사이트에서 진짜 정보를 찾아보니 달랐다

전화를 끊고 나서 흥분이 조금 가라앉자, 예전에 자영업을 하던 지인이 프랜차이즈 시작하기 전에는 무조건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부터 뜯어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네이버에 검색해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사이트 구성이 참 옛날 관공서 느낌이라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내려받는 데 한참 걸렸다. 겨우 해당 브랜드 이름을 쳐서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를 다운로드받았다. 수십 페이지짜리 PDF 파일을 열어보는데 법률 용어가 빽빽해서 눈이 침침하더라. 가맹비가 0원이라고 광고하던 것과 달리, 정보공개서 상에는 기본 가맹비와 보증금 규정이 뻔히 적혀 있었다. 물론 프로모션으로 깎아준다고는 하지만, 계약서에 나중에 어떻게 독소조항으로 엮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가맹사업법이 정한 14일의 숙려기간 동안 고민이 더 깊어졌다

본사 담당자는 자꾸 좋은 목이 나갔다면서 이번 주 내로 가계약금을 넣으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가맹사업법을 대충 찾아보니 정보공개서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최소 14일이 지나기 전에는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가맹금을 받으면 안 된다고 나와 있었다. 이 14일이라는 숙려기간이 왜 법으로 정해져 있는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며칠 동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엑셀 파일을 켜놓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처음에 700만 원 아낀다고 좋아했던 게 무색하게, 무인 기계 구입비와 초도 물품비, 그리고 평당 인테리어 비용을 다 합치니까 총 창업자금이 8,500만 원 가까이 필요했다. 서울 구로구 쪽 이면도로 상가 보증금이랑 권리금까지 생각하면 1억이 훨씬 넘는 돈이었다.

기계값과 인테리어 비용에 숨겨진 진짜 마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개인으로 을지로 방산시장이나 황학동 주방거리에 가서 비슷한 사양의 키오스크랑 인테리어 자재를 따로 알아봤을 때와 비교해 보니 본사 견적이 지나치게 비쌌다. 가맹비나 교육비를 안 받는 대신에, 본사가 지정한 필수 설비와 기계 마진에서 이미 몇천만 원을 남겨 먹는 구조라는 게 눈에 보였다. 특히 무인 매장이라 인테리어가 그렇게 고급스러울 필요가 없는데도 평당 단가가 일반 인테리어 업체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본사 담당자에게 평당 단가를 조금 낮추거나 내가 아는 업체를 쓰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통일된 브랜드 콘셉트 때문에 지정 업체 외에는 절대 불가하다며 딱 잘라 말했다. 그 순간 본사 마진 장난질에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아주 찝찝해졌다.

결국 계약서 도장을 찍지 못하고 흐지부지 시간만 흘렀다

결국 2주 동안 고민만 하다가 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뒤로도 한동안 다른 무인 업종들의 정보공개서를 서너 개 더 찾아서 다운로드받아 보았지만 다들 비슷한 구조였다. 겉으로는 가맹비 면제니 창업지원 혜택이니 쏟아붓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결국 본사가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만 깨달았다. 요즘도 퇴근길에 동네 골목에 새로 생기는 무인 매장들을 볼 때마다 저 사장님은 본사에 얼마를 주고 들어갔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부터 든다. 내가 너무 소심해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건지, 아니면 큰돈 날릴 뻔한 걸 피한 건지 여전히 확실한 답은 모르겠다. 그냥 은행 통장에 그대로 묶여 있는 내 적금을 보며 씁쓸하게 입맛만 다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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