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골목의 작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려던 계획
회사 다니면서 아주 작게나마 매달 들어오는 부수입을 올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마포구 대흥동 쪽에 친척이 운영하는 가게 한구석에 남는 공간이 생겼다. 대략 서너 평 남짓한 애매한 크기였는데 그냥 창고처럼 놀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처음에는 요즘 주택가마다 하나씩 보이는 코인워시 같은 빨래방 창업비용을 알아봤는데, 설비 공사비랑 기계값 다 합치니 최소 7천에서 8천만 원은 가볍게 깨진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접었다. 그만한 목돈을 굴릴 여유도 없었고 리스크도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상대적으로 공간을 덜 차지하는 무인커피자판기였다. 차지하는 면적도 작고 초기 비용도 덜 들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시불 구매 대신 선택한 월 30만 원대 커피기계렌탈 계약
막상 기계를 사려고 보니 일시불로 몇백만 원을 툭 던지는 게 망설여졌다. 관리나 AS 문제도 있고 해서 결국 커피기계렌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군데 견적을 받아보니 기종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얼음 기능이 괜찮다고 하는 웰아이스 T119 모델을 기준으로 월 30만 원 중반대 렌탈료를 내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잡았는데, 주변에서 무인 매장 하는 사람들이 렌탈이 마음 편하다고 하던 말이 계약서 도장을 찍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초기 설치비랑 첫 달 재료비까지 해서 100만 원 안쪽으로 시작했으니 빨래방에 비하면 거저 얻은 기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달 렌탈료만 나가고 나면 나머지는 다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루에 한 번씩 스마트폰 원격제어 화면을 들여다보는 불안함
요즘 나오는 무인 기계들은 원격제어가 워낙 잘 되어 있다고 해서 큰 걱정을 안 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매출도 실시간으로 보고, 혹시 기계에 에러가 나면 멀리서도 재부팅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회사 업무 중에도 틈틈이 들여다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실제 작동을 시작해 보니 현실은 좀 달랐다. 컵이 나오는 입구에 종이컵이 끼어서 안 나온다거나, 얼음 토출구 쪽에 미세하게 얼음 조각이 뭉쳐서 경고등이 뜨는 일은 원격제어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휴대폰 화면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퇴근길에 헐레벌떡 대흥동 골목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야 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도 자꾸 앱을 켜보게 되는 묘한 강박증 같은 게 생겨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퇴근 후 매일 40분씩 기계 앞에 서서 보내는 시간
무인이라고 해서 정말 손 하나 안 대고 굴러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일 퇴근하고 가게에 들르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찌꺼기 통을 비우고, 우유 가루나 초코 가루가 떨어지는 노즐 주변을 닦아내는 일이다. 이게 하루만 방치해도 찐득하게 굳어서 위생적으로 영 보기 안 좋아진다. 원두 찌꺼기를 비우고 물받이를 씻어내는 데만 꼬박 30~40분이 걸린다. 주말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싶어도 기계 내부 세척 주기가 돌아왔다는 알림이 뜨면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 했다. 퇴근 후의 여유를 조금 팔아서 한 달에 몇십만 원 더 버는 셈인데, 이게 과연 노동 대비 효율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닦아낸 행주를 짤 때마다 들곤 한다.
냉동쇼케이스를 놓고 막대아이스크림을 같이 팔려다 포기한 까닭
손님들이 커피만 마시는 것보다 곁들일 만한 게 있으면 매출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구석에 작은 냉동쇼케이스를 들여놓고 500원짜리 막대아이스크림을 같이 팔아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마침 아는 유통 도매업자도 있어서 물건을 싸게 떼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냉동고를 하나 더 돌리면 올라갈 전기세도 걱정이었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 껍질이나 먹다 남은 막대기가 매장 주변에 굴러다닐 걸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났다. 커피 흘린 자국 닦는 것도 매일 일인데, 끈적한 아이스크림 국물까지 바닥에 묻어있을 걸 상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매출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청소 거리를 늘리지 않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 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남은 애매한 정산과 고민들
이제 기계를 들여놓은 지 거의 10달이 다 되어 간다. 날이 추워지면서 아이스 음료 매출이 뚝 떨어졌을 때는 월세랑 렌탈료 겨우 맞추는 수준까지 가기도 했고, 여름에는 또 나름대로 얼음 음료가 잘 팔려서 쏠쏠하게 남기도 했다. 하지만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순수익에서 내 퇴근 후 노동 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해 빼고 나면, 이게 진짜 남는 장사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2년 계약을 깨고 기계를 철거하자니 위약금도 아깝고, 친척 가게 자리를 다시 빈 공간으로 놔두기에는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냥저냥 버티듯 하루에 한 번씩 노즐을 닦으면서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저는 청소하는 횟수만큼 고민이 늘어나는 게 느껴져서 그런지, 닦아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느껴졌어요.
매일 30분 넘게 찌꺼기랑 물받이 청소하는 게 좀 부담스럽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정도면 충분히 관리한다고 생각해요.
찌꺼기 비우는 것, 정말 꼼꼼하게 하시는군요. 저는 항상 잊고 지나가는데, 굳어버린 찌꺼기는 바로바로 청소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