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쉽게 돈 벌 줄 알았다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내 일상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가 커가면서 시간은 생겼는데 예전처럼 출퇴근하는 직장으로 돌아가기는 엄두가 안 났다. 뉴스에서 본 ‘여성 창업 지원금’이니 뭐니 하는 기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사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벌써 세 군데가 있는데, 갈 때마다 사람이 없어도 계산은 잘 돌아가는 걸 보면서 ‘이거다’ 싶었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는 남자 소자본 창업 정보들을 보면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략 권리금이랑 인테리어 비용 포함해서 3천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게 적은 돈인지 많은 돈인지 그 당시에는 판단이 잘 안 섰다.
물건 채워 넣는 일이 보통이 아니더라
직접 해보니 ‘무인’이라는 말이 참 반쯤은 거짓말이다. 물건을 채워 넣는 것부터가 일이다. 주말마다 물류가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아이스크림 박스를 나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근처에 비슷한 무인 점포들이 많아서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500원 하던 막대 아이스크림 가격을 600원으로 올릴 때마다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손님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왜 이렇게 올랐냐’고 혼잣말을 할 때면 괜히 가게 구석에 숨어있고 싶었다. 단순히 돈만 넣으면 끝나는 시스템인 줄 알았는데, 정작 꼼꼼하게 유통기한 확인하고 냉동고 성에 제거하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니까 쉴 틈이 거의 없었다.
사람 상대 안 해도 되는데 마음은 더 불편해
이상하게 무인 가게인데도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긴다. 키오스크가 오류가 나면 바로 전화가 오는데, 밤 10시에 아이를 재우다가도 가게로 뛰쳐나가야 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중고등학생들이 몰려와서 라면 국물을 바닥에 쏟고 갔는데, 그걸 치우다가 문득 현타가 왔다. 내가 경력단절을 극복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결국은 누가 흘린 국물 닦는 일인가 싶어서 말이다. 사실 쿠팡 배달 같은 투잡 알바를 고민할 때, 이게 사람 상대 안 해서 편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무인이라는 시스템이 주는 편리함 뒤에는 관리하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동력이 엄청나게 숨어있더라.
CCTV만 하루 종일 쳐다보는 일상
집에 있을 때도 휴대폰으로 CCTV를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됐다. 누군가 물건을 훔쳐가는지, 아니면 기계가 멈췄는지 계속 들여다본다. 이럴 거면 차라리 사람을 고용해서 카페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인건비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 난다. 최근에는 인근에 대형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확 떨어졌다. 예전에는 꽤 짭짤했는데 요즘은 전기세랑 월세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 이게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노동력을 헐값에 파는 건지 가끔은 헷갈린다.
다시 예전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가끔은 그냥 중장년 일자리 희망 센터 같은 곳을 먼저 찾아가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전문 기술을 배우는 건 늦은 것 같고, 당장 생활비는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무인 점포를 유지하고는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당장 가게를 접자니 권리금도 못 건질 것 같고, 계속하자니 몸만 축나는 것 같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함이 계속 꼬리를 문다. 아이가 커가면서 드는 교육비는 점점 늘어나는데, 내 통장 잔고는 제자리걸음이다. 무인 창업이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기회라고 광고하던 글들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내일은 또 아이스크림 박스를 얼마나 나르게 될지, 그것만 생각하면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CCTV를 계속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이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사람을 고용한 것보다 더 힘든 건가 싶어요.
키오스크 오류 때문에 밤새워 재우는 아이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무겁네요. 특히 유통기한 관리까지 해야 한다니, 시스템의 복잡성이 느껴지네요.
CCTV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면, 결국에는 진짜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지금처럼 혼자 운영하는 곳에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아이스크림 박스 무게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CCTV로 계속 확인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