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에 묻은 정체불명의 기름때 때문에
며칠 전부터 고민이었다.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에 묻은 정체불명의 검은 기름때가 도무지 집 세탁기로는 지워지질 않아서다. 게다가 세탁기 통 바닥에 미세한 쇳가루 같은 게 가라앉는 걸 보고 나니, 이걸 계속 집 세탁기에 돌리기가 찝찝해졌다. 그래서 큰맘 먹고 집 근처 무인 빨래방에 가보기로 했다. 24시간 열려있는 곳이라 새벽에 가도 눈치 안 보여서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근데 막상 빨래방 앞에 서니 그 흔한 자동문이 왠지 모르게 낯설더라.
무인 매장에서 마주친 묘한 규칙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큼지막한 업소용 건조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평소에 빨래방은 이불 빨래하러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런지, 내 작업복 같은 건 왠지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벽면 안내문을 훑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염이 심한 작업복이나 기름때가 묻은 의류는 세탁이 불가하다는 문구가 딱 적혀 있었다. 이걸 보고 나니 괜히 쭈뼛거리게 되더라. 동전 교환기에 500원짜리 동전을 바꿔 넣고 세탁기를 보는데, 이게 20kg 용량이라 그런지 내가 가져온 작업복 두 벌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헹굼만 반복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세탁기 앞에 서서 돈을 넣으려는데, 문득 예전에 읽었던 뉴스가 떠올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가는 이동식 빨래방 차량이 마을마다 돈다는 이야기였다. 진주나 사천 같은 곳에서는 2.5t 트럭에 세탁기를 싣고 다닌다는데, 여기 무인 빨래방은 그냥 딱딱한 기계만 놓여 있으니 오히려 그런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부럽기도 했다. 결국 기름때 때문에 세탁기 망가뜨릴까 봐 겁이 나서,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고 그냥 다시 집에 들고 왔다. 집에 와서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놓고 손으로 쪼물딱거리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묘하게 마음은 편하더라.
빨래라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해졌나
어쩌면 나는 효율적인 세탁 시스템을 원한 게 아니라, 누군가 내 빨래를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변에 코인 빨래방은 정말 많이 생겼는데, 막상 정작 내 고민거리인 찌든 때를 받아줄 곳은 어디에도 없다. 무인 빨래방 창업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검색해보니 꽤 큰돈이 들어가던데, 그런 큰 자본이 들어간 매장일수록 관리하기 까다로운 빨래를 거부하는 건 당연한 이치겠지. 그렇다고 세탁기를 새로 사기엔 자취방 공간도 좁고, 이미 방 한구석엔 월풀 냉장고랑 짐들이 가득해서 발 디딜 틈도 없다.
찝찝함은 아직 남았지만
지금도 거실 한구석에 널려있는 작업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다음에는 그냥 땀 냄새 좀 덜 나는 옷을 입고 가는 게 나을까, 아니면 이참에 그냥 버리고 새로 살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사실 빨래라는 게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은 아니었는데, 어느샌가부터 ‘세탁 불가 품목’이 많아지면서 내 생활이 조금씩 쪼그라드는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빨래방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정말 깨끗한 이불만 들고 가겠지. 오늘 밤엔 덜 마른 작업복 냄새 때문에 잠이나 제대로 올지 모르겠다.

집 세탁기로는 도저히 안 지워지던 기름때 때문에 무인 빨래방에 갔는데, 20kg 건조기가 너무 커서 작업복이 초라해 보였다고 하니, 작업복 세탁은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겠네요.
무인 빨래방, 이동 빨래방 생각하면 진짜 씁쓸하네요. 집에서 빨래하는 게 편한 것도 있지만, 이런 사회 변화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세탁기 앞에 서서 돈을 넣는 모습이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이동 빨래방 이야기가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