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인 점포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귀가 솔깃했다. 친구가 작은 동네 상가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한다고 했을 때, 퇴직금으로 뭘 해볼까 고민하던 참이라 더 그랬다. 뭐, 기계 몇 대 들여놓고 물건만 채워 넣으면 되지 않겠냐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요즘 워낙 인건비가 비싸니까, 이건 정말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 보면 다들 ‘꿀’이라고 하던데, 나도 그 꿀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어설픈 기대가 있었다.
막상 시작해보니 만만치 않던 준비 과정
막상 내가 무인 편의점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니, 일단 자리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동네 상가를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싶은 곳은 권리금이 너무 비쌌다. 보증금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들어가더라. 결국 몇 평 안 되는 작은 자리를 겨우 구해서 계약을 했다. 그러고 나서 키오스크 업체랑 계약하고 설치하는 데만 거의 일주일 넘게 걸렸던 것 같다. 기사님들 스케줄이 다들 바쁜지, 날짜 맞추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인터넷 회선 새로 깔고, CCTV 달고, 생각보다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공사가 이어졌다. 그냥 기계 몇 대 툭 던져 놓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뭔가 내가 예상했던 그림과는 좀 달랐다.
매일 밤 CCTV를 보면서 드는 생각들
무인 점포라고 해서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밤이 되면 CCTV 앱을 수시로 켜보게 된다. 이상한 손님들 때문이다. 술 취해서 물건 대충 집어 던지고 가는 사람, 계산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다 누가 문을 잠그지 않고 가면, 한밤중에 부랴부랴 가게로 달려가야 했다. 바닥에 뭘 흘리고 가거나, 냉동고 문을 열어 놓고 가면… 내가 직접 가서 치우거나 고쳐놔야 하니, 결국 내 시간이 다 인건비로 나가는 셈 아닌가 싶었다. 차라리 일반 유인 편의점처럼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있으면 이 시간에 마음 편히 잠이라도 잘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런 날은 다음날 아침부터 기운이 쪽 빠져버린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매출과 지출
매출은 생각만큼 폭발적으로 늘진 않는다. 꾸준히 들어오긴 하는데, 월세 내고, 전기 요금 내고, 제일 중요한 키오스크 유지보수료도 매달 5만원 정도씩 꼬박꼬박 나간다. 물론 상품 매입비는 당연한 거고. 이런저런 비용을 다 빼고 나면, 솔직히 은행에 넣어둔 퇴직금 이자 받는 것보다 크게 나은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노동하는 시간이 적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고 다들 그러지만, 내 눈엔 이 돈 벌자고 이렇게 신경 쓰고 있나 싶을 때가 훨씬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돈 복사기’ 같은 건 내 가게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운영하는 느낌이랄까. 괜히 쓸데없는 기대만 크게 한 건 아닐까 가끔 후회도 했다.
가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때
특히 주말이 지나고 나면 가게 꼴이 말이 아닐 때가 많다. 인기 많은 과자나 음료수는 싹 비어 있고, 다른 물건들은 어질러져 있거나 엉뚱한 자리에 가 있다. 그걸 다 치우고 재고를 채워 넣다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발주 넣어둔 물건들이 제때 안 올 때도 있고, 예상했던 것보다 인기가 없어서 한참 재고로 쌓여있는 것들도 있다. 새로운 무인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나온다고 하던데, 지금이라도 갈아타야 하는 건가 하는 불안감도 들고. 그래도 내가 사장이라는 거 하나는 좋다. 남 눈치 안 보고 내 시간에 맞춰서 물건 채워 넣으러 갈 수 있다는 거. 하지만 밤마다 CCTV 앱을 들여다보며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될 때면, 문득 진짜 폐업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공감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복잡한 준비 과정이 있다는 게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