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가게를 정리하면서 겪은 숫자들과 피로감에 대하여

처음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시작했을 때는 다들 그랬듯이 이게 정말 꿀 같은 부업이 될 줄 알았다. 퇴근하고 잠깐 들러서 재고 채우고, 가끔 키오스크 오류 나면 원격으로 한 번씩 봐주는 게 다였으니까. 그런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단순한 업무가 아니게 되더라. 주변에 비슷한 무인 점포들이 한두 개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경쟁이 심해진 건지, 아니면 그냥 동네 사람들이 질린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무인 점포의 기대치와 현실적인 운영 비용

처음 창업할 때 들었던 비용은 대략 5천만 원 정도였다. 인테리어하고 냉동고 채우고 무인 키오스크 들여놓는 것까지 다 해서 딱 그 정도 들어갔는데, 사실 처음 6개월은 월세 내고 관리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200만 원도 안 될 때가 허다했다. 남들은 무인이라 인건비가 안 들어서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 인건비만큼을 매달 보안 업체 출동 비용이랑 키오스크 월 이용료, 그리고 가끔 발생하는 파손 수리비로 다 떼이는 기분이다. 24시간 돌아가는 매장은 잠을 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새벽에 갑자기 보안 업체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무슨 큰 사고라도 났나 싶어서 달려가 보면 과자 하나 훔쳐 간 학생이거나, 그냥 술 취한 사람이 문 앞에서 잠든 거라 경찰 부르는 일 같은 소소하지만 귀찮은 일들뿐이다. 이런 게 반복되니까 정신적으로 꽤 피로해지더라.

프랜차이즈 매각 과정에서 마주한 벽

결국 버티다가 이제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분 매각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권리금 좀 받고 다음 사람한테 넘기려고 알아봤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정보공개서 등록은 되어 있는지, 본사 계약 승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복잡한 서류들이 튀어나왔다. 쌀국숫집이나 큰 식당들 정리하는 이야기들 보면 다들 권리금이니 뭐니 하는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내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야 뭘 하든 말든 하는 거였다. 3년 정도 운영했으니 시설은 많이 낡았고, 매출은 예전 같지 않으니 누가 선뜻 들어오려고 하겠나.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이나 임대료 압박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계속 들고 있자니 시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영 무겁다.

계약서와 정보공개서 사이의 서류 작업

매각을 위해 부동산이랑 몇 군데 연락해 봤는데, 어떤 곳은 프랜차이즈 본사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곳은 그냥 개인 양수도 하면 된다고 하고 말이 다 달랐다. 나중에 보니까 계약서 내용 중에 본사 승인 없이 양도양수 할 경우 계약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더라. 이걸 꼼꼼히 안 본 내 잘못이지 싶다. 예전에 카페베네처럼 대형 프랜차이즈가 몰락할 때 뉴스로 보던 그 복잡한 관계들이 사실은 모든 프랜차이즈 계약에 다 깔려 있는 셈이다. 나는 그냥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 접으려는 건데, 얽힌 이해관계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미련

상가를 매각하거나 가게를 양도하는 건 사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 맞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전태풍 씨가 상가 고민하는 걸 보면서 저 사람도 나랑 비슷하게 고민하겠구나 싶더라. 돈을 엄청나게 벌겠다는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마이너스를 보면서 정리하는 건 좀 씁쓸하다. 어차피 처음 시작할 때 큰 기대는 안 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을 따져보면 그냥 은행에 넣어두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제는 누가 가게를 넘겨받겠다고 해도 꼼꼼히 챙겨야 할 서류가 한가득이다.

정리하며 남는 알 수 없는 허전함

가게 문을 닫는다고 확정 지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마음이 이미 떠난 상태다. 매일 밤 키오스크 매출 정산 앱을 확인하는 습관부터 없애야 하는데 이게 또 잘 안된다. 무인이라는 시스템이 사람을 덜 쓰게 해서 편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시스템의 노예가 된 기분이다. 다음에 또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내가 직접 발로 뛰고 관리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든다. 매각 절차가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겠다. 사실 당장 내일 누가 보러 오겠다고 하면 또 한숨부터 나올 것 같다. 마음 정리는 진작 끝났는데, 현실의 일처리는 왜 이렇게 느릿느릿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가게를 정리하면서 겪은 숫자들과 피로감에 대하여”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