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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배관 용접을 배우겠다고 등록했던 날

퇴근길에 덜컥 등록해버린 학원

그날따라 회사가 정말 싫었다. 딱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키보드 치는 소리마저 견딜 수 없는 그런 날 있지 않나. 퇴근길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뒤지다가 덜컥 배관 학원 광고를 클릭했다. 경기 배관 용접 학원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상담 전화까지 예약해버린 상태였다. 그때는 그냥 ‘기술 하나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요즘 유튜브를 봐도 용접하는 법 같은 게 많이 뜨고, 다들 기술직이 답이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랬나 보다. 수강료는 대략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였는데, 이게 적은 돈도 아닌데 카드 할부로 결제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홀가분했다.

낯선 냄새와 무거운 장비들

막상 첫 수업 날 학원에 가니 생각보다 훨씬 투박한 분위기였다. 교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덥고, 온통 쇠 냄새와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려면 일단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데, 강사님은 첫날부터 무거운 토치를 쥐여주며 자세를 잡으라고 했다. 30분도 안 돼서 어깨가 욱신거렸다. 사무실에서 펜 잡던 손으로 쇳덩이를 다루려니 이게 참 어색하고 힘들었다. 옆자리 아저씨들은 이미 숙식 노가다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처럼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배우러 온 사람은 드물었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싶어지는 순간이 벌써 세 번은 넘게 있었다. 그래도 결제한 돈이 아까워서 꾹 참았다.

온수온돌기능사와 용접의 세계

자격증 준비를 하다 보니 온수온돌기능사 같은 자격증도 같이 준비하면 좋다는 말을 들었다. 배관 쪽이 워낙 넓으니까 용접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올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서울기술교육원 같은 곳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훨씬 체계적이라는데, 나는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온 거라 좀 더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느낌이 들긴 했다. 용접봉 각도 조절하는 게 정말 예술인데, 이걸 며칠 만에 마스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전류 감각 익히려고 며칠을 연습장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녹아내리는 쇳물, 즉 용융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실기 시험은 바로 낙방이라며 강사님이 매일같이 강조했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앉아있는 마음

회사 사람들은 내가 주말에 뭐 하는지 모른다. 그냥 집에서 쉰다고 한다.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원에 박혀서 불꽃 튀는 연습을 하고 나면, 몸에서 쇳내와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이게 원룸 에어컨 설치 같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데, 정말 다들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묘했다. 학원 연습실은 늘 꽉 차 있다. 내가 늦게 오면 자리가 없어서 한참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진짜 허탈하다. 돈 내고 왔는데 기다리기만 하다가 가는 기분이랄까. 배관 쪽으로 가서 조선소나 플랜트 현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나는 고작 자격증 하나 따는 것도 이렇게 헉헉대는데 말이다.

앞으로의 막막함과 남은 연습들

아직 시험 날짜는 한참 남았는데, 자꾸만 내가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요즘은 그냥 깨끗한 옷 입고 사무실 앉아 있는 게 다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그래도 일단 저질러 놓은 게 있으니 끝까지는 해봐야지 싶다. 시험에 떨어지면 또 돈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매일 퇴근하고 연습장에 가는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사실 취업을 바로 할 생각은 아직 없다. 그냥 지금 이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할 구멍 하나 정도는 파놓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일 또 학원에 가면 어깨가 얼마나 더 아플지, 쇳가루가 옷에 얼마나 묻어날지 벌써 걱정이지만, 그래도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어쩌겠나.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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