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릭요거트가 당겼던 이상한 밤
며칠 전부터 SNS에서 자꾸 꾸덕한그릭요거트에 벌꿀집을 얹어 먹는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그 꾸덕꾸덕한 질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원래 단것보다 새콤하고 묵직한 맛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목이 메일 정도로 뻑뻑한 요거트가 먹고 싶었다. 배달앱을 켜서 근처에 있는 전문점을 검색해 보니, 기본 한 보울에 8,000원대였다. 여기에 그래놀라 추가하고 블루베리 몇 알 넣으면 금세 만 원을 훌쩍 넘겼다. 배달 팁 3,500원까지 붙는 걸 보고 나니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 요즘 배달비가 너무 올라서 요거트 한 그릇 먹자고 이 돈을 쓰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프랜차이즈카페에서 파는 부드러운 요거트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그 뻑뻑함이 필요한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동네 무인 점포와 편의점을 배회하며 느낀 한계
결국 옷을 대충 입고 집 근처 아파트 상가에 있는 무인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내려갔다. 요즘은 무인 점포에 없는 게 없다니까 대형 마트까지 가기 귀찮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러봤다. 24시간 불이 켜진 매장 안을 뒤적거리며 냉장고를 살폈는데, 역시나 흔히 보는 묽은 마시는 요구르트나 떠먹는 달콤한 과일 요거트 종류밖에 없었다. 블루베리요거트 같은 건 널려 있었지만 내가 원한 건 물기 없이 단단한 질감이었다. 아쉬운 대로 편의점에도 들렀지만 그나마 파는 소포장 제품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숟가락으로 떴을 때 주르륵 흘러내리는 수준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그릭요거트먹는법 같은 글을 보면 다들 엄청 꾸덕한 걸 먹던데, 일반적인 유통망에서는 그런 걸 구하기가 참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대용량 1kg 제품을 충동적으로 주문해 버렸다
결국 그날 밤은 그냥 대충 물을 마시며 참았고,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인터넷으로 그릭데이 그릭요거트1KG 용량을 검색했다. 16,900원 정도에 파는 무가당 대용량 제품이 보였다. 작은 거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이게 훨씬 가성비가 좋아 보였고,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으면 매번 배달시킬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배송비 3,000원을 더해도 전문점에서 두 번 배달해 먹는 것보다 싸다는 계산이 서자마자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주문을 완료하고 나니 드디어 해결했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큰 통을 유통기한 내에 다 먹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유제품이라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상할 텐데, 내 식탐이 이성을 앞선 결과였다.
토핑을 따로 준비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
이틀 뒤에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담긴 요거트가 도착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꾸덕했지만, 전문점에서 파는 크림치즈 같은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약간 리코타 치즈 정도의 질감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어 먹으려는데, 막상 그냥 먹으려니 너무 시고 맹맹했다. 결국 어울릴 만한 토핑을 찾기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그릭요거트토핑추천 글을 검색해 가며 집에 있던 귀리시리얼을 꺼내고,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냉동 블루베리도 한 줌 꺼냈다. 단맛이 전혀 없어서 꿀도 한 바퀴 둘러야 했다. 맛을 보니 그럴듯하긴 했는데, 매번 먹을 때마다 시리얼 꺼내고, 과일 씻어서 올리고, 꿀 뚜껑 닦아가며 넣는 과정 자체가 묘하게 번거로웠다. 토핑용 재료를 사느라 마트에서 또 2만 원 넘게 지출하고 나니, 그냥 처음부터 배달로 편하게 한 그릇 받아먹는 게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덜 낭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유청을 직접 짜보겠다고 면포를 꺼냈을 때의 귀찮음
원했던 완벽한 질감을 만들기 위해 결국 유튜브에서 봤던 유청 분리 방법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다이소에 가서 삼베 주머니를 천 원 주고 사 와서, 남은 요거트를 붓고 무거운 반찬통을 올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몇 시간 뒤에 가보니 누런 유청이 한가득 빠져나와 있었다. 확실히 질감은 엄청 단단해져서 숟가락으로 퍼도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진짜 목이 막히는 듯한 꾸덕요거트가 완성되긴 했는데, 문제는 뒤처리였다. 삼베 주머니에 달라붙은 요거트 찌꺼기를 빨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미끈거리는 유제품 기름기가 섬유 사이에 끼어 있어서 뜨거운 물로 삶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대충 세제로 빨아서 널어놓았다. 이 짓을 몇 번 더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결국 편하게 사 먹는 게 답인가 싶은 찝찝한 결론
결과적으로 1kg짜리 통은 겨우 다 비웠다. 마지막에는 유청 짜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대충 묽은 상태로 시리얼에 비벼 먹다시피 했다. 직접 만들어 먹으면 돈을 아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재료 비용에 면포 빠는 노동력까지 생각하면 취미 수준의 부지런함이 아니고서야 지속하기 힘든 취향이라는 걸 깨달았다. 요즘은 그냥 퇴근길에 전문 매장이 보이면 가끔 4,500원짜리 컵 하나씩 포장해 오곤 한다. 그게 속도 편하고 쓰레기도 덜 나온다. 가끔 또 무모하게 대용량을 사고 싶어질 때가 있겠지만, 그때마다 화장실 싱크대에서 면포를 문지르던 내 모습이 떠올라 멈칫하게 될 것 같다.

삼베 주머니에 요거트가 찌꺼기랑 같이 엉켜서 정말 힘들었겠네요. 유튜브 영상 보면서 끙끙 앓은 모습 상상만 해도 속상하네요.
유청 찌꺼기 빨아내는 게 정말 힘들었네요. 면포가 끈적거리는 게 얼마나 끔찍할지 묘사해주셔서 공감했어요.
유청 짜는 건 정말 귀찮았어요. 특히 시리얼에 비벼 먹을 때, 부드럽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