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생긴 24시 코인 워시
얼마 전에 집 앞 상가 1층에 24시 코인 워시 빨래방이 생겼다. 원래는 작은 분식집이 있던 자리였는데, 어느 날 보니까 뚝딱뚝딱 공사를 하더니 기계들이 들어오더라. 사실 우리 집에도 세탁기가 있기는 한데, 장마철이 되니까 이불 빨래가 영 안 마르는 게 골치였다. 그래서 겸사겸사 빨래 가방을 들고 처음 가봤다. 이용 요금은 세탁기 용량에 따라 다르긴 한데, 대형 세탁기 한번 돌리는 데 대략 5,000원에서 7,000원 정도 든다. 건조기까지 합치면 만 원은 그냥 훌쩍 넘는다.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집에 있는 낡은 건조기로는 해결 안 되는 눅눅함이 여기서는 단 40분 만에 뽀송하게 해결되니까, 그 쾌감 때문에 자꾸 가게 된다.
무인 시스템이 주는 묘한 긴장감
처음에는 신기해서 갔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생각보다 좀 낯설었다. 그냥 기계랑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빨래를 넣고 동전을 바꾸거나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방식인데, 생각보다 조작법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처음에 꽤나 헤맸다. 키오스크 화면은 왜 그렇게 터치가 안 먹히는 건지, 새벽에 가서 혼자 서서 화면을 꾹꾹 누르다가 ‘이거 이러다 고장 내는 거 아냐’ 싶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주인 없는 가게라는 게 편하기도 한데, 동시에 기계가 에러라도 나면 누구한테 연락해야 하나 싶은 불안함도 동시에 든다. 한 번은 세탁기 문이 안 열려서 30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결국 본사에 전화하고서야 원격으로 문을 열어줬다. 그 30분 동안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가게 안에서 기다리는데, 이게 과연 효율적인 생활인가 싶더라.
무인 창업이라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빨래를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게 구석구석을 보게 된다. 한쪽 벽면에 붙은 CCTV 모니터를 보면 꼭 내가 감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문득 이런 가게를 차리려면 얼마나 들까 궁금해졌다. 요즘 무인 아이스크림점이나 이런 빨래방 같은 게 엄청 늘어나는데, 정말로 몸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걸까. 그냥 겉에서 보기에는 세탁기 몇 대 놔두고 청소만 가끔 하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기계 고장나면 달려와야 하고, 새벽에 취객이 들어와서 잠을 자고 있거나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가는 문제도 다 감당해야 한다고 들었다. 덤브치킨이나 무인 카페 같은 것도 동네에서 자주 보는데, 단순히 ‘무인’이라는 글자만 보고 시작하기에는 내가 너무 꼼꼼하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다시 집안일의 연장선
한두 번 이용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긴 했다. 세제도 자동으로 투입되고, 건조기용 섬유 유연제도 자판기에서 뽑아서 넣고. 근데 이게 매번 만 원 가까이 쓰다 보니까 한 달에 십만 원은 그냥 나갈 것 같다. 차라리 그 돈 모아서 성능 좋은 건조기를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가서 빨래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만 보는데, 그 시간에 집에서 다른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편리함을 사러 간 건데, 가서 대기하는 시간이 생겨버리니 이게 시간 절약인 건지 아닌 건지 도통 계산이 안 선다. 그래도 장마철에 뽀송한 이불 덮고 잘 수 있다는 점 하나는 부정할 수 없어서, 오늘도 빨래 가방을 챙기고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무인 매장이 늘어나는 걸 보면 수요가 확실히 있긴 한가 보다. 창업 커뮤니티 같은 곳을 봐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고. 나중에 내가 만약 정말로 이런 가게를 차리게 된다면, 최소한 키오스크 터치라도 잘 되게 만들고 싶다는 쓸데없는 다짐만 하고 온다.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랑 다르게, 여기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때까지는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벽 같다. 다음에는 조금 더 사람 냄새나는 세탁소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집에서 계속 덜 마른 빨래랑 씨름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세탁기랑 키오스크 조작하는 거 진짜 처음엔 당황했었어요. 뚝딱뚝딱 공사하는 모습에 뭔가 새로운 경험 같았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기다리는 게 오히려 시간 낭비 같기도 했네요.
세탁기 없는 집에선 정말 편리하네요. 특히 장마철에는 훨씬 덜 답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