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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소리 듣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귀찮은 과정들이 있었다

무인 매장을 열기로 마음먹기까지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무인업종이라고 하면 그냥 기계 몇 대 들여놓고 CCTV로 가끔 확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당구장 매매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무인 피시방이나 사격연습장 같은 곳들을 보게 되었는데, 왠지 깔끔해 보이고 인건비 걱정도 덜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포항 쪽에서 개인 사업을 구상하다가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 곳 위주로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매물은 많았지만 권리금이나 위치 조건이 내 예산이랑 맞는 곳은 거의 없었다.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면 초기 세팅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기계 설치비나 전기 승압 같은 비용을 따져보니 예상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 특히 피카아이그린 같은 관리 프로그램을 깔고 세팅하는 과정에서 며칠을 끙끙 앓았다. 처음엔 유튜브 보고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설치해보니 네트워크 설정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해서 결국엔 아는 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무인이라면서 왜 내가 더 바쁜 건지 모르겠다.

게임 서비스 라이선스와 운영의 벽

이쪽 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조금 알아보니 게임사마다 라이선스비를 요구하는 게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뉴스에서 라이엇이랑 PC방 업계가 소송전 한다는 글을 읽었는데, 이게 남의 일이 아니더라. 우리 매장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메이플스토리 PC방 혜택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게 가맹 비용을 매달 내야 하는 거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넥슨 게임들은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꽤 세서 이용자들이 필수로 찾긴 하는데, 이 혜택을 온전히 제공하려면 결국 가맹료가 나간다. 수익은 뻔한데 고정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랄까. 가끔 메이플 업데이트 기간이 되면 접속량이 늘어나서 신나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서버 점검 공지 뜨면 가슴이 철렁한다. 손님들이 와서 왜 혜택 안 들어오냐고 물어볼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예전엔 그냥 PC방 알바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사장이 되어보니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메이플스토리 이벤트에 울고 웃는 나날

매장에 메이플 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 보니 이벤트 일정을 나도 모르게 외우게 된다. 주말에 ‘신입 용병 지원 미션’ 같은 거라도 뜨면 확실히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앉아 있긴 하다. 1+4 레벨업 혜택 같은 거 있으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한다는데, 그럴 때마다 PC방 점유율 차트가 들썩거리는 게 보인다. 그런데 이게 무인 매장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손님들이 길게 앉아 있으면 자리는 차서 좋은데, 라면을 먹거나 자리를 더럽히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내가 와서 치워야 한다. 무인인데 무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어제는 사격연습장 옆에 피시방 청소하러 갔다가 쓰레기통이 넘쳐서 한참을 정리했다. 이걸 보면서 무인 창업이 과연 나랑 맞는 건지 고민이 되더라. 남들은 만화방 추천 같은 거 보면서 여유롭게 운영하는 줄 알겠지만, 현실은 매일같이 들어오는 청소 알바 구하는 게 더 시급하다.

가끔은 그냥 다 놓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메이플 이벤트 기간에 접속 문제가 생겨서 손님 한 분이 계속 화를 내며 전화를 하더라. 나는 기계 관리자일 뿐인데 게임사 서버 문제까지 내가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친절하게 응대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 손님은 다시 오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쌓이면 멘탈이 흔들린다. 장사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건지 모르겠다. 무인 매장이라고 해서 정말 손 하나 안 대고 수익이 나올 거라는 환상은 진작에 깨졌다. 지금은 월세랑 공과금 내고 나면 나한테 떨어지는 게 거의 없는데, 이걸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차라리 직장 다닐 때가 속 편했나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 피시방 차렸다고 하니까 다들 돈 잘 벌겠다고 하는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아니면 그냥 시기가 안 좋은 걸까.

앞으로의 막연한 계획들

당장 매장을 접을 순 없으니 일단은 계속 버티고는 있는데, 사실 큰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가끔 당구장 매매 게시판을 보면서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야 하나 생각도 하지만, 또 다른 걸 시작하면 똑같은 고생을 반복할 것 같아서 선뜻 움직이지 못하겠다. 메이플 같은 대형 게임들이 계속 이벤트를 하는 동안은 그래도 손님이 꾸준히 있긴 하니까, 일단은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다른 피시방들 돌아다니면서 벤치마킹도 해보는데,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계속 매달려 있는 기분이다. 내일도 또 매장에 들러서 청소하고 정산기 확인하러 가야 한다. 이 과정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그리고 내가 언젠가 웃으면서 이 시기를 추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장님 소리 듣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귀찮은 과정들이 있었다”에 대한 3개의 생각

  1. 메이플 이벤트 때문에 손님들이 화내는 모습 실제로 보니까 마음이 딱 쓰렸어요. 게임사 서버 문제까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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