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인 매장을 준비할 때만 해도 그냥 키오스크랑 웨이팅 기계 몇 대 갖다 놓으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견적을 뽑아보니 이게 생각보다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으니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렌탈이나 할부금융 쪽으로 눈이 돌아가더라. 중고기계매매 사이트도 뒤져보고, 혹시나 해서 중진공 정책자금이나 소상공인 지원 사업도 검색해봤는데, 서류 준비하다가 지쳐서 결국 그냥 업체에서 제시하는 할부 프로그램으로 상담을 받게 됐다.
렌탈과 할부 사이에서 겪은 모호함
매장에 놓을 키오스크랑 커피 머신을 두고 렌타나 같은 곳이나 리스 업체를 비교했는데, 솔직히 뭐가 더 이득인지 계산기 두드려봐도 잘 모르겠더라. 어떤 곳은 ‘소유에서 이용으로’라며 렌탈을 강조하는데, 매달 나가는 비용을 합쳐보면 결국 일시불보다 훨씬 비싸지는 구조였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도 캐피탈 시장에 들어온다면서 자동차 할부금융부터 시작한다던데, 매장 기계들도 나중에는 저런 식으로 금리가 세분화되려나 싶기도 하고. 사실 지금 당장은 이자율 계산기 두드려보는 것보다 당장 기계를 받아서 영업을 시작하는 게 급하니까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대면 상담의 피로감과 불확실성
결국 몇 군데 업체에 연락해 대면 상담을 잡았다. 서류 한 보따리를 들고 신용평가원 점수니 외상매출채권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프더라. 어떤 곳은 상가 보증금 대출이랑 연계해서 금리를 낮춰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왠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났다. 상담해주는 분은 친절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내가 지금 무인 매장을 하려는 건가, 금융 상품을 가입하려는 건가’ 하는 혼란이 왔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된 채무 내역이 있으면 심사가 까다롭다는 얘기도 어디서 주워들어서, 혹시나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며칠 동안 가시질 않았다.
기계는 들어왔는데 마음은 여전히 불안해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할부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나가는 할부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기계는 지난주에 설치되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전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주변에선 다들 무인 매장이 편하다고 하는데, 설치하는 과정에서 겪은 이런저런 복잡한 서류 절차나 매달 나갈 고정 비용을 생각하면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인지 확신이 안 선다.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그냥 일시불로 할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시 스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그냥 열심히 벌어서 갚는 수밖에.
운영을 시작한 뒤의 소소한 불편함
오픈하고 나서 웨이팅 기계가 한 번 오류가 났을 때 정말 난감했다. 원격으로 해결이 안 돼서 결국 설치 업체에 전화를 했는데, 상담원 연결까지 대기 시간만 20분이 넘더라. 예전에 뉴스에서 캐피탈사 차량 명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는데, 그땐 남의 일 같더니 내가 직접 계약서 묶음을 보고 있으니 남일 같지가 않다. 기계 소유권이 완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기분이 묘하게 신경 쓰인다. 나중에 기계를 처분할 때도 번거로운 과정이 많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음번에 다른 매장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렌탈이나 할부 대신 어떻게든 중고를 발품 팔아서 현금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카카오뱅크 얘기처럼 금리 변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할부보다 렌탈이 더 유리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