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찾아간 창업 컨설팅 업체
요즘 주변에서 다들 뭐라도 하나씩 해야 한다고 하길래, 덜컥 겁이 나서 컨설팅 업체에 다녀왔다. 원래는 24시간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무인 사진관 같은 걸 알아볼 생각이었다. 요즘 골목마다 하나씩은 다 있으니까, 이게 제일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강남에 있는 사무실에 가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사무실 입구부터 무슨 대기업 면접장처럼 사람들도 많고, 다들 눈빛이 비장해 보였다. 나는 그냥 동네 구석에 작은 가게 하나 자리 있나 물어보러 간 건데, 상담 실장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보여주는 도표랑 수치가 너무 복잡해서 어질어질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컸던 초기 비용
상담 실장님은 내 계획을 듣더니 대뜸 ‘무인은 관리가 생명’이라며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인테리어 비용부터 키오스크 설치비, 보안 시스템, 그리고 매달 나가는 월세와 전기세까지 따져보니 통장에 있는 돈만으로는 택도 없었다. 심지어 요즘 뜨는 프랜차이즈 호두과자 체인점이나 무인 카페 같은 건 가맹비가 별도라고 하더라. 프랜차이즈 창업이 편하긴 할 텐데, 매달 본사에 줘야 하는 수수료랑 재료비 생각하면 결국 내 손에 떨어지는 건 얼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예산은 아주 순진한 거였다.
특수상권 창업에 대한 막연한 설명들
상담 중에 특수상권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내부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인데, 이런 곳은 권리금이 어마어마했다. 그냥 동네 상가 한 칸 얻는 것보다 훨씬 비쌌는데, 실장님은 ‘안정적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매일 출근해서 관리할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남한테 맡기자니 인건비가 나가는 게 싫어서 무인을 하려는 건데, 이게 앞뒤가 맞는 건지 점점 헷갈렸다.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AI 기업들이 상장 준비한다고 뉴스에 나오는 거 보면서,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나는 고작 무인 기계 몇 대 돌리는 거 고민하고 있나 싶어 괜히 씁쓸하기도 했다.
무실적 신고와 행정적인 절차의 복잡함
실제로 창업을 하려면 사업자등록부터 해야 하는데, 그 뒤에 아무것도 안 해도 불이익은 없는지 물어봤다. 실장님은 ‘무실적 부가가치세 신고’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실적이 없어도 매달 혹은 분기마다 꼬박꼬박 세무 처리를 해야 한다는데, 그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라고 했다. 나중에 정부 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받으려면 이 기록들이 다 남아야 한다는데, 처음부터 이런 것까지 챙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그냥 가게만 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뒤에 따라오는 행정적인 절차가 훨씬 복잡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면서 든 생각
상담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문래동 근처를 지나가는데, 작은 공장들 사이로 가업을 이어받으려는 청년 소공인들 플래카드가 보였다. 기술을 익혀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냥 편하게 돈 좀 벌어볼까 하는 마음에 덜컥 일을 벌이려 했던 건 아닌가 싶었다. 요즘 의대 간 사람들도 컨설팅 업체 가서 미래를 상담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세상 사는 게 참 쉬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당장 내일 가게 계약하러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 그냥 통장에 돈이나 넣어두는 게 제일 안전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연락 주겠다며 명함만 받아 들고 왔는데, 실장님이 내일 또 전화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조금 부담스럽다.

가업 이어받는 플래카드 보니까, 제가 너무 급하게 시작하려다 뒤돌아선 부분이 있었네요.
인테리어 비용 생각하면 무인 매장, 특히 키오스크는 진짜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무인 카페에서 고객 리뷰를 활용하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사업자등록부터 무실적 부가가치세 신고까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네요. 작은 가게 하나 하는 것보다 복잡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 좀 긴장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