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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든 생각들

집 앞 무인 가게에 들어설 때의 묘한 기분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 하나 생겼다. 집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예전에는 이런 곳이 그냥 싼 맛에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사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퇴근하고 지친 상태에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계산기 앞에 설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더라. 편의점은 알바생이랑 눈을 마주쳐야 하거나 계산대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작은 번거로움이 있는데, 여기는 그저 적막함 속에서 바코드만 찍으면 되니까. 처음에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어지럽기만 했는데, 요즘은 어떤 게 새로 들어왔나 구경하는 게 나름의 소소한 재미가 됐다. 가끔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처럼 유행 타는 제품들도 쓱 들어와 있고, 내가 어릴 때 먹던 이름 모를 하드들이 눈에 띄면 괜히 반갑다.

무인점포 운영은 정말로 몸이 편할까

사실 우리 동네 이 가게를 보면서 ‘나도 하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창업 관련 기사들을 보면 세탁소나 셀프사진관처럼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 정말 많아졌다고 하던데, 아이스크림 가게는 그중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냉장고만 쫙 깔아두면 되니까. 그런데 가끔 가게에 들를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포장지나, 냉장고 문이 제대로 안 닫혀서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있는 걸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누군가 관리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게 겉으로는 깔끔해 보여도 실상은 꽤나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다. 물건 채워 넣는 것뿐만 아니라 cctv로 도난 방지하고, 기계 고장 나면 바로 달려와야 하고. 사실 본업이 따로 있는 상태에서 이런 걸 부업으로 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매일 저녁 퇴근하고 매장에 들러서 재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도매 단가와 마진에 대한 쓸데없는 계산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가격을 본다. 500원짜리 하드부터 몇천 원 하는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양하다. 가끔 계산해보면 ‘이걸 이 가격에 팔아서 전기세랑 월세는 남나’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도매로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여오면 단가가 엄청나게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무인점포 특성상 매출이 크게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여름엔 장사가 좀 된다 해도 겨울엔 다들 아이스크림 잘 안 찾지 않나.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만의 계산기가 있겠지만,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이게 과연 남는 장사일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 어쩌면 내가 너무 팍팍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냥 동네 사람들이 시원하게 하나씩 사 먹고 가게 주인은 그저 소소한 수익을 기대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람 없는 가게가 주는 묘한 거리감

무인 점포가 늘어날수록 사람을 대면할 기회가 확실히 줄어든다. 처음엔 이게 편해서 좋았는데, 가끔은 너무 적막해서 조금 섬뜩할 때도 있다. 늦은 밤에 혼자 들어가서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만 듣고 있으면,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주인 없는 가게에서 내가 주인인 양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는 과정이 묘하게 비현실적이다. 어떨 때는 이런 비대면 시스템이 우리 삶을 정말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고립을 가속화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내 지갑에는 싼값에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공간의 주인’들이 겪을 현실적인 고충들을 생각하면 마냥 편하게만 이용하기가 좀 그렇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오는 길의 공허함

결국 오늘도 퇴근길에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을 마쳤다. 결제 버튼 누르고 띡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왔다. 늦은 밤 찬 바람을 맞으며 아이스크림을 까먹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마음이 좀 복잡할까. 내가 창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비자로 이용하는 것뿐인데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쟁여두면 든든하긴 한데, 결국은 금방 먹어치우고 또 사러 와야겠지. 이 동네 가게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내 퇴근길은 당분간 비슷할 것 같다. 오늘도 그냥 별거 없는 하루였고, 아이스크림은 예상보다 조금 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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