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이 편할 거라는 내 짧은 생각
처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친구들은 다들 부러워했다. 몸 편하게 돈 버는 게 최고라면서,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알아서 물건 집어가고 결제까지 하고 나가는 시스템이니 얼마나 깔끔하냐는 거였다. 나도 그 말에 혹해서 퇴직금을 털어 동네 상가 한 칸을 얻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12개쯤 들여놓고 간판을 달았다. 보증금 3천만 원에 권리금까지 포함해서 대략 5천만 원 정도 들었는데, 프랜차이즈 본사에 떼어주는 가맹비나 교육비는 소자본이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이게 생각보다 손이 너무 많이 간다.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건 세상에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물건 채우기보다 바닥 닦는 게 일
무인이라서 청소 같은 건 대충 해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완전 착각이었다. 아이스크림 녹은 자국이 바닥에 끈적하게 눌어붙으면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바로 나간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동고 문을 열 때마다 찬바람이 나오면서 바닥에 결로가 생기는데, 이걸 하루에 두세 번씩 안 닦으면 매장이 금방 지저분해진다. 밤 11시쯤 마감 정리를 하러 가면 꼭 입구에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있다. 무인 매장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같이 빗자루를 들고 쓸고 닦는 게 일상이다. 프랜차이즈 교육 때는 이런 세세한 관리법에 대해서는 별로 강조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실 이게 제일 스트레스다.
진상 손님보다 더 무서운 건 기계 오류
어느 날은 키오스크가 갑자기 결제 오류를 일으켰다. 점심시간 즈음이었는데, 손님 세 명이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 서서 당황해하고 있었다. 바코드 리더기가 고장 난 건지 화면이 먹통이 된 거다. 급하게 뛰어갔더니 손님 한 분이 무인 매장이라며 화를 내면서 나가버렸다. 결국 현장에 도착해서 키오스크를 재부팅하고 나니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문제 상황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족쇄다. 저번에 다른 무인 편의점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그분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었다. 매출이 좀 오를 때는 괜찮지만, 갑자기 기계가 멈추거나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면 정말 대책이 없다.
재고 관리의 딜레마와 유통기한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사실상 없다고들 하지만, 신제품을 들여놓고 일주일이 지나도 안 팔리는 제품들은 그대로 재고가 된다. 어떤 날은 본사에서 묶음 상품으로 내놓은 신상 아이스크림을 무턱대고 많이 들여놨다가 다 녹아서 폐기한 적도 있다. 냉동고 온도 조절이 조금만 틀어져도 제품 상태가 바로 변한다. 예산시장이나 그런 곳처럼 사람이 붐비는 곳은 회전율이라도 좋지, 아파트 단지 상가는 정체된 손님들이 정해져 있어서 매출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매달 나가는 전기세가 대략 40만 원 정도인데, 이걸 내고 나면 순수익은 생각보다 적다. 고시원처럼 고정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이스크림 단가가 낮으니 물량을 엄청나게 빼야 수익이 남는 구조다.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들
처음 창업할 때만 해도 프랜차이즈 순위를 꼼꼼히 따져보고 상담도 여러 번 받았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장밋빛 미래만 보였는지 모르겠다. 막상 해보니 사람 상대 안 하는 건 편하지만, 반대로 기계와 시스템 뒤에 숨어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수익이 안 나올 때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저녁에 매장을 한 번 훑고 나올 때 정돈된 모습을 보면 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 일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아니면 더 큰 자본이 들어가는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야 할지 확실히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그냥 유지나 하라고 하지만, 매일 들락거리는 매장 안에서 나는 오늘도 물건 위치를 바꾸며 고민한다. 다음에 다시 시작한다면 무인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제품 유통기한 문제 때문에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특히 냉동고 온도 관리도 쉽지 않겠네요.
바닥 청소 때문에 오히려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매출이 좋으면 몰라도, 정전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게 쉽지 않네요.
바닥 청소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받는 거 같아요. 특히 여름에 결로 때문에 매장 분위기도 망치고, 손님도 바로 떠나게 되잖아요.
정말 예상 밖이었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청결 유지에 훨씬 더 신경 써야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