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을 짓거나 슬로건을 정할 때,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근사한 의미를 담으려 합니다. 저도 처음 창업할 때는 3개월 동안 100개가 넘는 이름을 고민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나가 보니, 폼 나는 이름보다 부르기 쉽고, 검색했을 때 바로 나오는 이름이 훨씬 강력하더군요. 720시간을 들여 철학을 담아도 고객이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비용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이름에 집착할 때 생기는 비극
브랜드 이름을 고민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추상적인 고상함’에 빠지는 것입니다. 저 역시 초기에 너무 복잡한 한자어나 세련된 영어 단어를 조합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전화 상담을 할 때마다 회사 이름을 두 번씩 설명해야 했고, 로고를 만들 때도 서체가 가독성을 해치는 결과가 나왔죠.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이름은 철학의 마침표가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에 들어가는 ‘가벼운 팻말’이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결국 발음하기 쉽고 3글자를 넘지 않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슬로건은 ‘의도’가 아닌 ‘약속’이다
‘의뢰한 대로가 아니라, 의도한 대로’라는 문구는 참 멋지지만,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이런 슬로건을 지키기 위해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슬로건은 단순히 예쁜 문장이 아니라,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우리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거나, 혹은 특정 고객을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 따르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함께 약속’ 같은 슬로건을 걸고 실제로 희귀병 아동 후원금 3천만 원을 전달하는 식의 액션이 뒤따라야만 비로소 권위가 생깁니다. 단순히 돈만 들여 광고 문안을 짜는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허영에 가깝습니다.
현장의 트레이드오프와 의외의 변수
브랜딩은 사실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인 매장이나 소규모 창업을 할 때, 과하게 이름에 공을 들이면 나중에 바꾸고 싶어도 수백만 원의 간판 교체 비용과 마케팅 손실이 발생합니다. 제가 아는 한 사장님은 500만 원을 들여 멋진 브랜드 이름을 지었지만, 동네 타겟팅이 안 되어 결국 1년 뒤 간판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기대와 현실은 늘 다릅니다. 정성스럽게 이름을 지어도 고객들은 ‘그 집 김치찌개 맛집’이라고 부르지, ‘정성을 담은 밥상 컴퍼니’라고 불러주지 않거든요. 때로는 아무 이름도 짓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름 짓기 전, 스스로 점검해야 할 것들
가장 좋은 이름은 10초 내에 상대방이 바로 이해하고 외울 수 있는 이름입니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수백만 원의 컨설팅 비용이 들지만, 스스로 고민한다면 0원입니다. 단, 그 0원을 아끼는 대신 본인의 시간을 최소 2주 정도만 할애하세요. 직접 해본 결과, 3일 동안 고민하는 것보다 1주일 정도 아예 잊고 있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름이 훨씬 직관적이었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두에게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업종에 따라 다르니까요.
누구에게 이 조언이 필요할까
이 글은 이제 막 창업을 준비하거나, 첫 브랜딩에 큰돈을 쓰기 직전인 분들에게 유용합니다. 반면, 이미 정체성이 확고한 대기업 홍보팀이나 수십억 단위의 마케팅 예산을 쓰는 분들에게는 너무 소박하거나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브랜드 네이밍에 고민 중이라면, 지금 당장 이름을 짓지 말고 당신의 서비스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핵심 가치’부터 적어보세요. 그 문장을 줄여서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실패가 적은 방법입니다. 다만, 이렇게 해도 시장 반응이 생각과 다르게 나올 확률은 늘 존재한다는 점, 그것이 현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