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컨설팅 업체 번호부터 찾았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정리하고 조금 더 규모 있는 사업을 해보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게 바로 사업계획서였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받으려면 그럴듯한 문서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이름 좀 들어본 기업컨설팅 업체 몇 곳에 전화를 돌려봤다. 그런데 상담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부르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착수금만 받고 결과는 장담 못 한다는 식의 대답을 들으니 갑자기 맥이 빠졌다. 내 사업인데 내가 핵심을 모르면 나중에 굴러가는 게 맞나 싶어서, 일단 내가 직접 써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큰 고생의 시작인지 몰랐다.
HWP 파일과 씨름하며 보낸 주말들
사업계획서라는 게 그냥 내가 뭘 할 건지 적는 게 아니었다. 시장 분석부터 시작해서 기대 효과, 매출 추정까지 논리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특히 ‘수익 모델’ 파트를 작성할 때가 제일 괴로웠다. 지금 당장 가게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미래의 매출을 3년 치나 시뮬레이션하라니. 새벽 2시까지 노트북 화면을 보며 엑셀 창과 문서 창을 번갈아 띄워놓고 있자니 현타가 왔다. 차라리 그 돈 주고 맡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을까 싶다가도, 담당 컨설턴트가 내 사업의 본질을 과연 나만큼 고민해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또 꾹 참고 타이핑을 이어갔다. R&D나 연구소 설립 관련 서류까지 챙기려니 이건 뭐 거의 논문 한 편을 쓰는 수준이었다.
정책자금 신청하다가 막힌 서류의 늪
어느 정도 틀을 잡고 나서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 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 가니 ‘운영계획서’라는 게 또 발목을 잡았다. 사업계획서랑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결이 달랐다. 이미 한번 고생을 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속도가 좀 붙긴 했다. 하지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부 지원금 신청은 서류가 반, 아니 거의 전부다.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스템이 느려지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집 근처 카페에서 대략 3시간 정도 머물면서 자료를 업로드했는데, 중간에 인터넷이 한번 끊기는 바람에 작성하던 내용이 다 날아갈 뻔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는 정말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어서 멍하니 모니터만 봤던 것 같다.
내가 쓴 글이라도 이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주변에서는 스타트업 지원받으려면 피치덱도 만들고 발표 영상도 찍어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엄두가 안 난다. 사업계획서 작성이 끝났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이게 평가위원들의 눈에 제대로 들어갈지, 아니면 그냥 서류 뭉치로 끝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을 받았으면 좀 더 세련된 문구로 포장되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쓴 이 40페이지 분량의 문서 안에는 내 고민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그대로 녹아 있다. 가끔 문장이 어색하고 논리가 엉성한 부분이 눈에 밟히지만, 지금 당장 수정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결국은 끝내긴 했는데 조금 찜찜한 기분
최종본을 저장하고 제출 버튼을 누르니 허탈함만 남았다. 한 달 동안 이 문서에 매달리느라 정작 매장 운영은 뒷전이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업계획서 대행을 맡겼던 지인은 자기는 600만 원 주고 결과물을 받았는데, 수정 요청을 하기가 너무 눈치 보였다고 했다. 나처럼 직접 쓴 사람은 나중에 결과가 나빠도 내 탓을 할 수 있으니 마음은 편하다는 이상한 위안을 해본다. 내일 당장 정책자금 심사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그냥 좀 잊고 지내려고 한다. 다시 쳐다보기도 싫은 문서들을 보니, 과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내가 다시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엑셀 시뮬레이션 진짜 힘들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엑셀 함수 좀 더 활용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업계획서 작성 때문에 새벽까지 엑셀 보면서 힘드셨다니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다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