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대 후반 지인들과 술자리만 가지면 결국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이대로 회사만 다녀도 될까’와 ‘나중에 뭐라도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죠. 사실 저도 30대 후반이지만, 미래가 불안해 전기기사학원 문턱을 기웃거려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다들 공인중개사 자격증 하나 따놓을까, 아니면 소자본창업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라도 해볼까 고민하곤 하죠.
이게 참 현실적인 문제인데, 많은 분이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자격증만 있으면 60대까지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입니다. 실제로 전기기사 실기 공부를 6개월 정도 해보니, 이게 단순한 암기가 아니더군요. 학원에서 알려주는 대로 공식 외우고 문제를 풀어도, 막상 현장 경험이 없는 50대가 신입으로 들어가면 겪는 현실은 참혹합니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시장에서 자격증 하나만 들고 뛰어들었다가, 기대했던 연봉보다 훨씬 낮은 급여를 제안받고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럴 때 ‘차라리 다니던 회사를 더 다닐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곤 하죠.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무인업종이 대세라고 해서 덜컥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본 케이스 중에는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 들여 오픈했다가, 전기세와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1년 만에 폐업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자본 창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몸값’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폐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짧습니다. 특히 60대 창업자분들은 빚을 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20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전기기사 공부를 해서 기술직으로 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벌 수 있는 알바를 할지, 혹은 자영업에 뛰어들지 결정하기 전엔 딱 3가지만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첫째, 지금 내 체력이 10년 뒤에도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가. 둘째, 자격증 취득에 드는 시간과 비용(학원비+교재비 포함 약 100~200만 원)을 회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셋째, 실패했을 때 가족과 내 생활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완충지가 있는가입니다.
사실 저도 전기기사 준비를 하다가 중간에 멈췄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론과 실무의 괴리 때문이었죠. after를 생각하면 기술을 익히는 게 맞는데, 현실적으로 당장 고정 수익이 끊기는 게 너무 두려웠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분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겁니다. 무조건적인 도전이 미덕은 아닙니다. 때로는 지금 하는 일을 묵묵히 하면서 틈틈이 준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답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퇴직을 앞두고 막연히 창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뚜렷한 기술적 배경이 있거나 자본이 넉넉한 분들에게는 이 글의 고민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제가 권하고 싶은 다음 단계는 거창한 계획 세우기가 아닙니다. 그냥 관심 있는 분야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그 분야에서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혹은 폐업한 가게의 공고문을 눈여겨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자격증 강의를 들어도 결국 서랍 속 종이 한 장에 불과할 확률이 높습니다.

전기기사 공부하셨다니, 이론만으로는 갭이 클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50대 신입으로 들어가는 점이 특히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