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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급하게 사진을 뽑아보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어쩌다 보니 마주친 무인 사진 인화기

며칠 전 명동 근처를 지나가다가 세븐일레븐 뉴웨이브명동점에 잠깐 들를 일이 있었다. 사실 뭘 사러 간 건 아니고, 친구가 거기 가면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다고 해서 그냥 구경이나 할 겸 들어갔던 건데, 입구 쪽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무인 사진 인화기를 마주쳤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마침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만 해두고 잊고 있던 여행 사진들이 생각났다. 요즘은 다들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보니까 실물로 남겨두는 일이 거의 없지 않나. 갑자기 옛날에 앨범 만들던 기억도 나고, 여기서 몇 장 뽑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보니 나마네 교통카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라 그런지 기계가 꽤 세련돼 보였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출력 과정

기계 앞에 서서 화면을 터치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직관적이지가 않더라. 그냥 사진 선택하고 출력 버튼 누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사진 비율을 맞추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내 핸드폰은 길쭉한 비율인데 기계는 정해진 규격이 있다 보니, 사진의 머리나 다리가 툭툭 잘리기 일쑤였다. 기계가 추천해 주는 대로 자르다 보면 뭔가 어색하고, 내 마음대로 조절하자니 여백이 너무 이상하게 남고. 한참을 서서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으니까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1장당 가격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000원이었나 2,000원이었나, 아무튼 한 장씩 뽑다 보면 커피 한 잔 값은 금방 넘겠더라. 주변에 있는 포토이즘이나 전문 사진관 기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편의점 인화기는 가끔 급할 때 쓰는 용도지 본격적으로 앨범을 만들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무인 매장에서 느끼는 묘한 피로감

한 15분 정도 낑낑대며 사진 몇 장을 겨우 뽑아 들고 나왔다. 결과물은 그냥 평범했다. 사실 사진관에서 제대로 현상한 것 같은 퀄리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색감이 너무 진하게 나와서 살짝 당황했다. 그래도 종이 질감은 나쁘지 않았으니 위안을 삼기로 했다. 요즘은 무인카페나 무인사진관 같은 창업이 유행이라지만, 막상 이용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이런 공간들이 주는 편리함 뒤에는 내가 직접 기계와 씨름해야 하는 노동력이 숨어있는 것 같다. 사람이 있으면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기계 앞에서 묵묵히 혼자 해결해야 하는 그 상황이 가끔은 좀 쓸쓸하고 번거롭게 느껴진다.

굳이 또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집에 와서 뽑아온 사진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보니 잘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괜히 돈 쓴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그냥 핸드폰에 저장해 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이번에 직접 해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다음부터는 그냥 마음 편하게 전문 사진관이나 인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결론이다. 물론 명동처럼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이렇게 편의점에서 가볍게 뽑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겠지만, 나처럼 꼼꼼하게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인 기계는 항상 2% 부족한 무언가를 남긴다. 무인 매장이 늘어나면서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해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왜 더 피로해지는 걸까. 어쩌면 내가 기계에 익숙해지는 속도가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애매하게 남은 의문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인화기를 다시 써야 할 일이 생길까 싶다. 만약 친구들과 놀러 가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쓸 것 같긴 한데,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혹시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다른 지점의 기계들은 성능이 좀 더 좋은지 궁금해질 수도 있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그냥 디지털로만 간직하게 되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사진 인화가 훨씬 더 번거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사진 인화 체험은 내 인생에서 한 번쯤 해볼 만한, 하지만 두 번은 굳이 안 해도 될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진을 뽑아보려던 계획이 틀어졌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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