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인수하게 된 정말 우연한 계기
사실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을 알아보다가, 아는 지인이 운영하던 숯불치킨 가게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냥 ‘가게가 나온다네?’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권리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대략 2천만 원 정도였나. 주변 시세랑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한 편이라 솔깃했던 게 사실이다. 이게 독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지. 무인 업종으로 전환하면 나름 괜찮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숯불치킨이라는 장르의 현실적인 피로감
막상 인수를 하고 나니 치킨 장사가 쉬운 게 아니었다. 특히 숯불 치킨은 일반 후라이드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간다.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기름도 엄청 튀고, 무엇보다 숯불 향을 입히는 기계 관리가 까다롭다. 매일 마감할 때마다 닦아야 하는 기름때는 정말 곤욕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일하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퇴근할 때 몸에서 숯불 냄새가 밴 채로 지하철을 타면 주변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해지곤 했다. 처음에는 ‘무인 키오스크만 설치하면 다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
무인 시스템 전환을 시도하다 마주한 벽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무인으로 돌려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생각보다 친절한 서비스를 원했다. ‘사장님, 소스 더 주세요’라든가 ‘왜 이렇게 안 나와요?’ 같은 호출이 수시로 들어오는데, 무인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주문뿐이었다. 결국 나는 가게 안쪽에 작은 방을 만들어 놓고 거의 상주하다시피 지냈다. 사실상 무인은커녕 24시간 대기조가 된 셈이다. 창업 비용 5천만 원 정도를 더 들여서 리모델링까지 했는데,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동네 상권에서의 영업은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가게가 위치한 곳은 광주 외곽의 주택가 근처인데, 여기는 배달 비중이 70%가 넘는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내려오는 교육을 받아도 실제 우리 가게 단골들의 입맛은 조금 달랐다. 어떤 손님은 맵기를 조절해달라, 어떤 손님은 떡을 빼달라 요구가 정말 다양하다. 이걸 다 맞춰주다 보니 주방 동선이 꼬이고 조리 시간이 2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나기 일쑤였다. 치킨브랜드 순위니 뭐니 하는 거창한 분석보다는 당장 오늘 저녁에 들어온 배달 주문 하나를 쳐내는 게 더 급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익에 대한 의문
매출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재료비랑 월세, 그리고 키오스크 렌탈비까지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요즘은 숯불치킨도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저렴하게 팔면 남는 게 없고 비싸게 팔면 안 팔린다. 이게 정말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아니면 그냥 퇴직금을 쏟아부은 셈인지 가끔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다음 달에는 또 재계약 시기가 오는데, 이걸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지 결정한 게 없다. 그냥 내일 올 주문이나 걱정하며 오늘 하루를 마칠 뿐이다.

무인 업종 전환해서 괜찮다 생각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었네요. 숯불치킨 가격 경쟁 때문에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