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분석이라고 해봤자 결국 느낌이었다
처음 무인 사진관을 생각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그냥 기계만 갖다 놓으면 돈이 복사가 될 줄 알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동네 사진관을 보는데, 유독 10대들이 북적이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다. 내가 가진 자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대형 프랜차이즈는 꿈도 못 꾸고, 개인 브랜드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상권 분석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근처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동선과 근처 분식집 밀집도를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막상 임대차 계약서 앞에 앉으니 다리가 좀 떨리더라.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현실감 없이 크게 다가왔다. 이 돈을 메꾸려면 하루에 최소 몇 팀이 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는데, 숫자가 영 나오질 않아서 괜히 식은땀만 흘렸다.
커피머신 임대인지 기계 구매인지 고민의 연속
사진관 옆에 조그맣게 1인 카페라도 할까 싶어 커피머신 임대 업체를 서너 군데 불렀다. 기계 하나가 몇백만 원인데, 초기 비용을 아끼려면 매달 15만 원 정도 내는 렌탈이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3년 뒤에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하면 구매가 나을 것 같고. 매번 결정 장애가 올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사실 이런 고민은 창업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거라지만, 내 경우엔 기계가 고장 나면 누가 고쳐주러 오느냐가 문제였다. 무인 매장이라 사장이 상주하지 않으니, 기계 멈추면 그대로 매출 공백이다. 인테리어 업체 미팅 갔을 때도 참 애매했다. 공유오피스 인테리어 느낌을 좀 내고 싶었는데, 예산 안에서 뽑아내려니 바닥재 하나 고르는 것도 전쟁이었다. 결국엔 적당히 타협해서 조명만 좀 밝게 하고 페인트칠로 끝냈다.
포토존 제작이 예상보다 훨씬 커진 이유
무인 사진관의 핵심은 결국 포토존이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오, 여기서 찍으면 잘 나오겠다’ 싶은 배경이 필요하다. 처음엔 그냥 대형 거울이랑 조명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인스타 좀 한다는 친구가 ‘그걸로는 부족해’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때부터 벽면에 페브릭을 붙이거나 소품을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은근히 돈 먹는 하마다. 소품 하나하나가 다 디자인 값이라 배송비 포함해서 몇만 원씩 툭툭 나가다 보니 어느새 수십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심지어 아이들이 와서 소품을 자꾸 망가뜨리거나 가져간다는 말을 듣고 나니, 너무 비싼 걸 사다 놓기도 무섭다. 중간 지점을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냥 깔끔한 배경지가 제일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매출 분석이라기엔 초라한 현금 흐름
오픈하고 나서 첫 달은 정말 조마조마했다. 밤마다 cctv를 보며 매출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다행히 근처 학교가 일찍 끝나서 그런지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꽤 사람이 몰린다. 문제는 그 외 시간이다. 새벽 1시쯤 매장 문을 닫으러 가보면, 누군가 남겨놓은 쓰레기랑 사진 프레임 쪼가리들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이거 치우는 게 진짜 고역이다. 창업 준비할 땐 ‘자동화’라는 단어에 꽂혀서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청소부 역할이 60% 이상이다. 정산해 보면 재료비랑 전기세, 월세 빼고 나면 내 인건비는 대체 어디 있나 싶다. 도난 리스크가 크다곤 하지만, 사실 더 큰 리스크는 내가 이걸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금도 매장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대박’을 꿈꾸던 초기와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그냥 이 정도면 소소하게 현상 유지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가끔 지나가다가 내 매장에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하다. 내가 꾸며놓은 공간이 누군가에겐 즐거운 추억이 되겠지만, 운영자인 나에겐 여전히 전기 요금 고지서랑 소품 파손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니까. 다음 달에는 또 커피머신 필터 갈아줄 때가 됐다.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혹은 이 매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사실 나 자신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냥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서 매장 한 번 둘러보고,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내 일상의 전부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