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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인수할 때 서류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

가게 인수하러 갔다가 서류 뭉치만 보고 왔네

지나가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편해 보였다. 누군가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니까. 마침 아는 지인이 운영하던 곳을 정리한다고 해서, 큰 고민 없이 인수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게 벌써 3개월 전이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대출 좀 받고, 보증금 내고, 물건 채워 넣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막상 현장을 직접 가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무인’은 현실과 좀 달랐다.

가게를 넘겨받으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하는 교육도 받아야 하고, 무슨 서류가 그리 많은지. 창업지원금이나 예비창업대출 같은 걸 알아보려고 은행에 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1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으려니 내 신용점수랑 과거 매출 자료를 떼어 가야 하는데, 이전 주인이 보여준 장부랑 실제 카드 매출 내역이 미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분명히 사장님은 수익이 괜찮다고 했는데, 막상 세금 신고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남는 게 적어 보였다.

정부 지원금 받으려다 서류 지옥에 빠지다

예비창업대출을 신청하려고 알아보니,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나 특화된 사업체 쪽으로 지원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무슨 창업경진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 구멍가게 하나 인수하는데도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서를 쓰려니 한숨만 나왔다.

중장년 창업 지원 항목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이것도 자격 요건이 꽤나 까다로웠다. 내가 준비한 서류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 조건이 안 맞는 건지 은행 창구 직원은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더 준비해서 오세요’라고만 했다. 사실 3천만 원 정도만 어떻게 대출이 되면 좀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1금융권 대출도 쉽지 않았다. 겨우 신용대출을 뚫어봤자 이자 부담 때문에 오히려 운영비가 더 쪼들릴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무인이라고 해서 갔더니 매일 출근 도장을 찍네

결국 인수를 결정하고 오픈을 했는데, 처음 한 달은 거의 매일 가게에 출근했다. ‘무인’인데 왜 내가 매일 가 있나 싶어 웃음이 났다.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말썽을 부려서 AS 부르는 데만 15만 원이 들었다. 게다가 인건비를 아끼려고 무인을 선택했는데, 틈틈이 들러서 청소하고, 유통기한 확인하고, 키오스크 오류 나면 달려가서 다시 켜주고… 이런 부대비용을 계산해보니 과연 이게 남는 장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은 가게 앞 쓰레기 치우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누군가 먹고 버린 봉지들이 쌓여 있으면 그걸 보고 있는 내 마음도 같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무인 점포가 참 스마트한 미래형 업종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사람 손이 안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24시간 신경 써야 하는 서비스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비슷한 무인 매장 사장님들 보면 나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근처에 비슷한 업종을 하는 사장님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나보다 1년 정도 먼저 시작했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그냥 취미로 한다고 생각하세요, 안 그러면 화병 나서 못 해요.’ 이 말을 듣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돈을 벌려고 시작한 건데, 취미라니. 그분도 처음에는 창업지원금 알아보러 다니다가 포기하고 그냥 자기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나처럼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인 건가 싶기도 했다.

가끔 밤늦게 술 취한 사람이 키오스크 앞에 서서 한참을 끙끙거리는 걸 CCTV로 보고 있으면, 달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결국은 그냥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러다 물건이 잘못 결제되면 나중에 내가 다 정산해야 한다. 한 달 전기료가 40만 원 넘게 나오는데, 아이스크림 몇 개 팔아서 이게 다 커버가 될지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만, 결과는 늘 불안하다.

이제 와서 그만두기도 애매한 상황

가게를 인수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원금을 언제쯤 회수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지원금 신청하다가 포기한 게 지금 생각하면 잘한 건지,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매달렸어야 했는지 가끔 고민이 된다. 뭐, 어쩌겠나. 이미 계약서에 도장 찍고 사업자등록도 냈으니 일단은 계속해보는 수밖에.

어제는 또 냉동고 하나가 소음을 크게 내서 내일 아침 일찍 기술자분을 부르기로 했다. 출장비가 꽤 나올 것 같은데, 매출은 뻔하고. 그냥 무작정 버티는 중이다. 이게 나아질 거라는 확신도 딱히 없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정리하면 손해가 너무 크고. 그냥 이 상태가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뭔가 대단한 성공담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매일매일이 소소한 문제들로 가득할 줄은 몰랐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그냥 담담하게 맞이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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