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한다는 무인 매장에 2천만 원을 들고 뛰어들었던 날
회사 다니면서 월급 외에 부수입을 좀 올리고 싶었다. 주변에서 무인 창업이 대세라느니, 손 안 대고 코 풀기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들떴다. 모아둔 돈과 약간의 신용대출을 합쳐 딱 2천만 원 정도로 할 수 있는 소자본창업추천 아이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인 사진관이나 코인빨래방도 고민했는데, 기계 값만 수천만 원이 넘어가서 내 예산으로는 턱도 없었다. 결국 인테리어 소품 몇 개와 조명만 있으면 될 것 같은 무인 렌탈 스튜디오로 결정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뒤편 골목에 있는 오래된 상가 건물 3층에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매물이 나왔을 때, 이게 내 시작인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임대료가 싸니까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보증금과 가구 비용으로 통장 잔고가 비어가던 과정
나머지 1천만 원으로 내부를 꾸며야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기엔 돈이 부족해서 셀프로 해보기로 했다. 주말마다 이케아 광명점에 가서 조립식 테이블, 의자, 조명, 가짜 식물 같은 것들을 카트에 잔뜩 실어 날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계단으로 그 무거운 박스들을 혼자 짊어지고 올라갈 때부터 무릎이 쑤시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산 페인트칠을 하다가 벽에 흘려 지우느라 애를 먹었고, 바닥 데코타일은 수평이 안 맞아 모서리가 계속 들떴다. 대충 멀리서 보면 그럴싸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면 삐뚤빼뚤한 틈새들이 보여서 볼 때마다 찝찝했다. 준비 기간만 원래 생각했던 일주일이 아니라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오픈하기도 전에 지쳐버린 셈이다.
퇴근 후 밤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3층을 오르내리던 일상
오픈하고 나서 스페이스클라우드랑 아워플레이스 같은 예약 플랫폼에 등록했다. 첫 예약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 기뻤는데,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다. 무인이라고 해서 나는 회사에서 일만 하고 돈은 저절로 들어오는 구조인 줄 알았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손님들이 이용하고 나간 뒤의 상태는 매번 예측 불가능했다. 어떤 날은 음식물 쓰레기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가기도 했고, 스튜디오 안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찌든 담배 냄새가 빠지지 않아 다음 예약 팀에게 급하게 사과 문자를 보낸 적도 있었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밤 11시에 스튜디오에 도착해 널브러진 소품들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는 일과가 반복됐다. 새벽 1시에 쓰레기봉투를 묶어 3층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올 때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예약 플랫폼 알림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 시작한 이유
가장 스트레스는 스마트폰 알림이었다. 회의 중이거나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띵동 하고 예약 플랫폼 문의나 컴플레인 문자가 오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조명이 안 켜져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뭐예요?”, “이전 사람이 물건을 깨뜨려 놓은 것 같아요” 같은 연락들이 수시로 왔다. 분명 안내 문자에 비밀번호와 조명 켜는 법을 사진까지 첨부해서 상세히 적어 보냈는데도, 사람들은 문자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못하면 바로 리뷰에 불친절하다거나 소통이 안 된다며 별점 1점을 남기곤 했다. 별점 하나에 예약률이 출렁이다 보니 늘 폰을 손에 쥐고 불안해하는 병이 생겼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 스튜디오 걱정에 집중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인이라는 말 뒤에 숨어있던 자잘하고 피곤한 관리들
그렇게 몸을 갈아 넣었는데도 정작 손에 쥐는 돈은 미미했다. 첫 달 매출은 플랫폼 수수료와 세금, 전기세 같은 공과금을 다 빼고 나니 순수익이 40만 원 남짓이었다. 내 노동력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일 수준이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24시간 켜놓고 가는 손님들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고, 겨울에는 난방기 설정 온도를 최고로 올려놓고 가버려서 화재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해 원격으로 제어해보려고 했지만, 인터넷 신호가 끊기면 그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돈은 안 되고 신경 쓸 일만 자잘하게 늘어나니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권리금은커녕 원상복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
이제 운영한 지 8개월이 좀 넘었다. 매달 적자는 겨우 면하고 있지만, 처음에 꿈꿨던 우아한 무인 창업은 허상에 가까웠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계약 기간이 아직 반 넘게 남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양도를 하자니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이나 집기류 값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중고 마켓에 이케아 가구들을 헐값에 올리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요즘도 스마트폰에 예약 알림 소리가 울리면 설렘보다는 피곤함이 먼저 몰려온다. 그렇다고 당장 때려치우기에는 2천만 원이라는 매몰 비용이 눈에 밟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