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이었나, 갑자기 무인 매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워낙 다들 하나씩은 끼고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낮에는 본업을 하면서 밤에라도 수익이 들어오면 좋지 않을까 싶은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강남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다녀왔다. 입구부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들어가기도 전에 지치더라. 브런치 카페 창업 부스나 공유 오피스 인테리어 상담 부스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나는 구석에 있던 무인 노래방이랑 인형 뽑기 관련 부스만 기웃거렸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까 인형 뽑기 기계 몇 대가 하루에 수천만 원을 벌어들인다는 둥 하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띄는데, 솔직히 현실감이 없었다. 어쩌면 그게 나를 더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대출 상담을 받으며 느낀 묘한 기분
박람회장에서 상담을 받다 보니 창업자금대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생각보다 요즘은 청년 창업 지원이나 시니어 창업 관련해서 정부 지원 대출이 꽤 잘 되어 있더라. 그런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내 사업 계획을 듣더니 ‘매장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데, 딱히 정해둔 곳이 없어서 대답을 얼버무렸다. 사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냥 ‘남들 다 하니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려니 상담 자체가 좀 공허하게 느껴졌다. 대출 이자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나니까 매달 나가야 할 고정비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남자 소자본창업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들은 다들 금방 수익이 날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인테리어 비용부터 시스템 유지비까지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무인 매장이 생각보다 무인이 아니었다
결국 고민 끝에 아주 소규모로 무인 사진관이나 노래방 같은 걸 알아봤다. 그런데 이게 진짜 ‘무인’이 맞나 싶다. 기계 고장 나면 바로 달려가야지, 청소 안 되어 있으면 민원 들어오지, 가끔 취객들이 와서 난동 부리면 경찰 불러야지. 내 친구 중에 이미 무인 노래방을 운영하는 애가 있는데, 걔는 주말마다 거진 거기서 산다. 하루에 세 시간은 기본으로 매장 관리에 시간을 쓴다고 하더라. 내가 기대했던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벌린다’는 환상은 금방 깨졌다. 오히려 요즘은 이런 무인 아이템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경쟁도 심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같은 대형 몰에 가보면 이미 쟁쟁한 브랜드들이 다 입점해 있고, 그 틈에서 개인 사업자가 살아남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고민만 하다가 보낸 몇 주
박람회 다녀오고 나서 브런치 카페 창업 책도 좀 보고, 에듀바비 같은 과외 중개업이나 요즘 뜨는 창업 아이템들을 훑어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식당 하다가 과외 브랜드로 넘어가서 훨씬 편하다고 하던데, 사실 어떤 업종이든 깊게 파고들면 다 스트레스인 건 매한가지 아닐까 싶다. 스마일게이트 게임 제작 발표회 기사를 보는데, 거기서도 ‘숙제 같은 플레이는 그만하자’는 말을 하더라. 게임이나 창업이나 결국 ‘내가 이걸 계속 즐겁게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나는 그냥 수익 숫자만 보고 달려들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서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 핫타임 아이템 챙기듯 매달 수익에 연연하며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지금 직장이 나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아직도 창업을 할지 말지 결정을 못 했다. 어떤 날은 당장이라도 작은 상가를 계약하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그냥 예적금이나 붓는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 아이템들을 계속 찾아보고는 있는데, 딱 이거다 싶은 게 안 보인다. 사실 완벽한 아이템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오늘도 퇴근길에 코인 노래방을 지나치는데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는 걸 봤다. 저기 사장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계 하나가 고장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 고민을 언제까지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다음 달에 있는 다른 창업 박람회나 한 번 더 가볼 생각이다. 물론, 가서 상담만 받고 그냥 올 확률이 높지만.

무인 노래방 운영하는 친구가 하루 세 시간씩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네요.
인형 뽑기 기계가 하루 수천만 원을 벌긴 어렵다는 거, 확실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서 비슷한 생각을 하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