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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현관문 앞에 놓인 도시락 상자를 보며 들었던 생각

새벽배송의 늪에서 다시 아침 배달로

요즘 아침마다 눈을 뜨면 습관처럼 현관문 앞을 확인한다. 예전에는 새벽 배송 서비스로 샐러드나 요거트를 시켜 먹곤 했는데, 이게 은근히 양 조절도 안 되고 매번 비슷한 메뉴만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물리더라. 며칠 전부터는 회사 근처에서 입소문이 났다는 곳에서 ‘오늘의 한끼’라는 이름의 아침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가격은 회당 8,500원 정도인데, 매일 새벽 6시 전후로 문 앞에 두고 간다. 처음에는 그냥 편하겠다 싶어서 신청했는데, 막상 실물을 마주하니 느낌이 묘했다.

차가운 도시락과 뜨거운 국물의 딜레마

아침에 먹는 한식은 사실 좀 까다롭다. 샌드위치 종류나 간단한 핑거푸드 도시락은 식어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데, 한식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어제는 갈비찜 같은 메뉴가 나왔는데, 이게 냉장 상태로 배달이 오니 아침부터 이걸 전자레인지에 다시 돌려야 하나 고민하게 되더라. 그냥 먹자니 고기가 퍽퍽하고, 데우자니 시간이 걸리고. 출근 준비로 정신없는 아침에 이 2~3분의 차이가 참 크다. 소규모 케이터링 업체라 정성이 들어간 건 알겠는데, 바쁜 직장인 입장에서는 ‘그냥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함’과 ‘제대로 된 식사’ 사이에서 매일 타협을 하게 된다.

무인 시스템의 묘한 거리감

시그니처벨 같은 앱을 통해 예약하고 결제하는 구조인데,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아침마다 문 앞 배달이 이루어진다는 게 가끔은 참 편하면서도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동네 반찬가게 이모님이랑 눈인사라도 나눴는데, 지금은 그냥 배달 완료 알림 문자 하나가 전부다. 물론 대면이 부담스러운 나 같은 사람에겐 이게 최고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가끔은 정말 정성껏 담긴 도시락을 받으면서도, 이 상자를 현관 바닥에 그냥 두는 게 맞나 싶은 작은 회의감이 든다. 보냉 가방을 문고리에 걸어두는 방식인데, 이게 복도식 아파트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도 신경 쓰이고.

매일 바뀌는 메뉴에 대한 기대와 불안

오늘의 한끼라는 이름답게 메뉴가 매일 바뀐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런데 그게 가끔은 복불복이 된다. 어떤 날은 속이 편안한 죽이나 건강식 도시락이 와서 기분이 좋은데, 어떤 날은 아침부터 너무 헤비한 고기 요리가 오면 당황스럽다. 어제는 갈비찜을 받았는데, 결국 절반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저녁에 다시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아침 배달이라는 게 사실 새벽에 미리 만들어져서 오는 거라,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식은 온기가 내 위장에 들어갈 때마다 조금씩 고민이 쌓인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식사일까, 아니면 그냥 편하기 위한 타협일까.

굳이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만둘까 싶어 앱에 들어가 보면 다음 주 식단표가 뜬다. 또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있으면 ‘그럼 이번 주까지만 더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게 뭐라고 참 중독성이 있다. 사실 편의점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때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자기합리화를 매일 아침 한다. 가격대가 아주 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침마다 밖에서 사 먹는 비용 생각하면 또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그냥 내일 아침에도 현관문 앞에 도착할 그 상자를 또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긴 하다. 일단 오늘은 갈비찜 남은 거나 마저 데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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