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보낸 시간
최근에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쪽 프로그램을 알아보다가 문득 정부지원사업이라는 게 정말 내 사업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아졌다. 사실 처음에는 간단한 사업계획서 한 장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뭐 거의 논문 한 편을 쓰는 수준이더라. 주위에서 다들 한 번쯤 시도해보라고, 공짜 돈인데 왜 안 받냐는 식으로 쉽게들 말하는데 그 ‘공짜’라는 단어가 참 무겁게 느껴졌다. 며칠 밤을 새우면서 사업계획서 양식을 채우다 보면 이게 사업을 하는 건지, 아니면 서류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하는 건지 헷갈리는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컨설팅의 실체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서 전문 컨설팅 업체라는 곳을 찾아갔다. 비용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는데, 대략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가 기본으로 오가더라. 상담을 받아보니 말투는 참 유려했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면 R&D 사업에서 가점이 붙으니 무조건 하라고, 자기들 인맥으로 심사위원들 성향도 대략 파악하고 있다는 식의 말을 듣고 있으면 혹할 수밖에 없다. 근데 막상 결과물을 보면 내 사업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그저 심사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단어들로 도배된 보고서가 나올 뿐이다. 이게 진짜 내 사업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의 온도와 보고서의 괴리
정부 지원금이라는 게 참 양날의 검 같다. 메가존클라우드 같은 대형 기업들이야 GPU 같은 기술적 인프라를 지원받는다고 하지만, 나 같은 소규모 사업자가 체감하는 건 결국 행정 처리의 늪이다. 어디는 315개 부문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다고 분석하던데, 우리 같은 작은 회사들은 당장 내일 나갈 사무실 월세랑 직원 월급 챙기기 바쁜 판에 글로벌 시장 운운하는 보고서를 쓰고 앉아 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업을 한 번 더 뛰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든다.
정책자금이라는 거대한 미로
소진공 정책자금이나 혁신바우처 같은 것들도 다들 지원하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다 보면 지역마다, 담당자마다 요구하는 서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서 정말 피곤하다. 전북형 청년 지원 제도처럼 지자체마다 특색 있는 사업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그 행정 절차를 뚫는 게 일이다. 컨설턴트들은 매번 ‘이번 공고는 이런 식으로 써야 통과된다’고 조언하지만, 사실 그들도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본 사람은 드물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책상 머리에서 나온 조언과 실제 현장에서의 고충은 정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과연 무엇을 위한 과정이었나
결국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자금을 받아본 적도 있고, 보기 좋게 탈락한 적도 있다. 선정되었을 때는 마냥 좋았지만, 이후에 정산보고서 작성하느라 한 달을 꼬박 날리고 나니 허탈함이 더 컸다. 지원금을 받은 만큼의 가치를 내가 창출해냈는지, 아니면 그저 세금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내 인건비만 갈아 넣은 건지 스스로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컨설팅비를 수백만 원 지불하고도 결국 남은 건 너덜너덜해진 내 멘탈과, 서류상으로만 화려한 내 사업계획서뿐이다. 앞으로 또 이런 지원사업이 뜨면 기계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될지, 아니면 그냥 내 속도대로 사업을 이끌어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텅 빈 통장을 보며 고민만 깊어질 뿐이다.

사업계획서 쓰는 과정이 그렇게 길진 않았던데. 저는 비슷한 경험 있는데, 결국 보고서 쓰는 게 아니라 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업 계획서 쓰는 과정이 정말 번거로워 보이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봤는데,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형식에 맞춰 작성하느라 시간만 낭비되는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