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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대출 서류 앞에서 멈췄다

시작은 가벼웠는데 서류는 무거웠다

요즘 어딜 가나 보이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저거 하나 하면 어떨까. 매일 출퇴근 지옥철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주 짧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사실 매장 인테리어나 키오스크 설정 같은 건 유튜브 좀 찾아보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창업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숫자를 마주하니까 머리가 멍해졌다. 기본적으로 보증금이랑 시설비 합쳐서 못해도 3천만 원 정도는 있어야 최소한의 시작이라도 하겠더라. 내 통장에 그 돈이 고스란히 있을 리가 없지. 그래서 부랴부랴 대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금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질까

처음엔 울진군 같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 농업인 지원 정책이나 미소금융 같은 걸 뒤져봤다. 신용도가 낮아도 창업 자금을 빌려준다는 문구에 혹해서 서민금융진흥원 앱도 깔아봤다. ‘청년 미래이음대출’이라는 게 있어서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된다길래 기대를 좀 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초기 정착 자금 수준이지 가게를 차릴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하물며 대출 한도 조회를 몇 번 눌러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적게 나오더라. 내가 가진 신용 점수라는 게 참 냉정하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다. 1금융권은 당연히 문턱이 높고, 제2금융권 금리를 계산기 두드려보니 이자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월 매출에서 이자 빼고 나면 남는 게 뭘까 싶은 의문이 계속 들었다.

지역 신용보증재단 창업 보증의 벽

지인 중에 고깃집 하는 형이 IBK 기업은행이랑 프랜차이즈 협약 대출을 받아보라고 조언해 줬다. 본사 연계 대출이 그나마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여러 브랜드를 알아봤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업종은 애초에 소규모라 그런 협약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가 볼까 싶었지만, 보증서 발급받는 과정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 또 주춤했다. 담보 없이 1억에서 2억까지 가능하다는 말은 참 달콤한데, 그 ‘담보 없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왔다. 나 같은 개인사업자 초보가 그런 보증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몇 번을 창구를 오가야 할지 생각만 해도 기운이 빠졌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말의 온도 차이

뉴스에서는 금융권이 담보 위주에서 미래 가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 혁신 기업이나 기술을 가진 곳엔 지원이 빵빵하게 들어간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그건 내 이야기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무인 가게 하나 차리는 게 생산적 금융의 범주에 들어갈 리는 없으니까. 결국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뻔한 신용대출이거나, 혹은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뿐인데, 그건 죽어도 하기 싫었다. 주말에도 대출 상품 정보들을 계속 클릭해 보면서, 금리가 낮아졌다는 기사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6%대 금리라고 해도 내 사업소득이 그만큼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냥 회사나 계속 다녀야 하나

사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창업 컨설턴트들은 하나같이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데, 정작 돈을 빌려주는 은행 창구는 왜 이렇게 차가운지 모르겠다. 차라리 무자본 창업이라는 게 있다면 좋겠는데, 결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걸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 대출 한도 조회 결과 창을 띄워놓고 멍하니 있다가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당장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3천만 원이라는 돈이 누구에게는 적은 돈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문턱을 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아주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미소금융 앱을 켜보지만, 내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창업, 이게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인지, 아니면 그냥 환상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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