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이 쉽다는 말은 누가 시작했을까
처음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열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키오스크 하나 덜렁 가져다 놓고, 냉동고 몇 개 채워 넣으면 끝인 줄 알았다. 퇴근하고 잠깐 들러서 물건 채워 넣고, 쓰레기 좀 줍고, 매출 정산하면 끝인 그런 알바 느낌의 사업인 줄 알았지. 근데 막상 해보니 이게 진짜 피곤하더라. 특히 여름철에 에어컨 전기료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가게 문 열고 들어갈 때의 그 습한 기운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정보공개서 대충 훑어보고 덜컥 계약했던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하고, 도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무인 매장이 ‘가만히 있어도 돈 벌리는 곳’이라는 프레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실 청년창업센터에서 상담받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 회로만 돌리고 있었으니까, 당시의 나는 정말 순진했지.
닭똥집이랑 파스타도 식사라는 생각으로
매장을 좀 살려보겠다고 별짓을 다 했다. 처음엔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만 뒀는데, 매출이 영 신통치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때 옆 동네에서 본 건데, 야간에는 술안주 같은 걸 좀 배치하면 어떨까 싶더라. 그래서 닭똥집 밀키트나 간단한 파스타 같은 걸 좀 가져다 놓으려고 알아봤다. 그런데 이게 또 식약처 허가니 뭐니 얽히는 게 너무 많았다. 배달음식추천 리스트 보면서 ‘이런 게 무인으로 팔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실제로 냉동고 온도를 24시간 철저히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한 번은 냉동고 고장 나서 아이스크림 다 녹아내린 적이 있는데, 그날 밤에 얼마나 허망하던지. 맥주 안주로 생맥까지는 아니더라도 캔맥주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었는데 규제 때문에 포기했다. 그냥 파스타도 식사다, 하는 마음으로 간편식이라도 채워놓는 게 전부였다.
사람 없는 가게에 사람이 가장 문제더라
결국 무인 매장도 사람이 관리하는 거다. 처음엔 도난 방지 카메라만 믿었는데, 어떤 꼬마가 젤리 하나 안 찍고 나가는 거 보고 있자니 정말 현타가 왔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화면 보면서 한숨만 푹 쉬는 거지. 그러다 보니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신경은 24시간 매장에 가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묶이면 노동법 위반이니 뭐니 말이 많은데, 나는 혼자 하니까 그런 걱정은 없겠지 싶었거든. 근데 매출이 안 나오니 사람을 쓸 엄두도 못 내고, 나 혼자 끙끙 앓는 거다. 청주 어디선가 뉴스에 나온 ‘업장 쪼개기’ 같은 꼼수는 정말 남 일 같지가 않더라. 그 사람들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공원묘지 비용보다 더 무서운 운영비
요즘은 묘원 정리하는 거 돕느라 공원묘지 비용이나 자연장지 쪽 소식을 듣게 되는데, 묘지 관리가 매장 관리보다 훨씬 깔끔하고 단순해 보일 지경이다. 적어도 묘지는 한번 안치하면 누가 와서 털어가진 않으니까 말이다. 가게 임대료, 전기료, 여기에 주기적으로 나가는 기기 유지비까지 계산해보면 이게 장사를 하는 건지, 매달 매장 유지비 헌납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인이라고 인건비가 아예 안 드는 게 아니다. 내 시간 자체가 사실 가장 큰 인건비인데, 그걸 0원으로 처리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니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제로 따져보면 정말 답이 없는 구조인데, 이걸 깨닫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걸 시작했을까
지금 다시 누가 나한테 “무인 매장 할래?”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편하긴 한데, 그 편함이 가져오는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휴대폰 성지 찾아서 매장 돌아다니는 것처럼 발품 팔아 위치 좋고 유동 인구 많은 곳 찾아내면 좀 나을까 싶기도 한데, 결국은 장사라는 게 변수가 너무 많다. 어제는 비가 와서 매출이 반토막 났고, 오늘은 냉장고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또 신경이 곤두선다. 이게 무슨 대단한 사업적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매일매일 버티는 기분이다. 다음에 또 무인 매장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아마 이번과는 좀 다른 감정이려나. 지금은 그냥 내일 아침에 가서 또 아이스크림이나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뭐든 직접 해봐야 안다는 말이 왜 이렇게 뼈저리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냉장고 온도 유지하는 게 정말 쉽지 않네요. 묘지 관리처럼 단순한 게 장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업장 쪼개기 뉴스 봤을 때, 처음부터 예상했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터져 나오는 걸 보니 답답하네요.
냉장고 소리 때문에 계속 신경 쓰는 게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뭔가 끈기 있게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