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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덩그러니 놓인 커피자판기 앞에서

어제 사무실에 새로 들어온 커피자판기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회사 복지라고 하면 대단한 걸 기대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아침에 당 떨어질 때 눈치 안 보고 꺼내 먹을 수 있는 초코바 하나나 시원한 캔커피 하나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 회사는 얼마 전부터 복지 포인트를 페이코로 쏴주기 시작했는데, 이게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다. 밖에서 점심 사 먹을 때 쓰거나 편의점에서 뭘 살 때도 자유로우니까. 그런데 막상 사람들은 그 포인트를 모았다가 나중에 한 번에 큰 거 결제하는 데 쓰기보다는, 출근길에 샌드위치 하나 사 먹는 데 다 써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나도 그렇고. 복지라는 게 거창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런 소소한 간식비 정도면 충분한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풀무원 간식 서비스와 자판기 사이의 묘한 거리감

한동안 회사에서 풀무원 간식 서비스를 도입해서 사무실 한쪽을 채워놓았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냉장고를 열면 요거트나 간단한 샐러드 같은 게 들어있어서 참 편했다.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니까 냉장고 관리하는 게 일이 되더라. 유통기한 확인해서 빼내야 하고, 누가 뭘 많이 먹었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단톡방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관리 문제 때문인지 지금은 그냥 옛날 방식의 커피자판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자판기가 꽤 구형 모델인데, 동전 대신 사원증을 태그하면 되는 방식이다. 가격은 한 잔에 300원 정도 하려나. 사실 밖에서 사 먹는 5천 원짜리 카페 라떼보다 이게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기계가 가끔 커피를 내리다가 멈추거나 컵이 안 내려와서 툭툭 치는 일이 발생하긴 하지만 말이다.

HR 컨설팅이 말하는 복지의 무게와 실제 체감

가끔 뉴스에서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대 상생 기금을 조성했다거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증액했다는 기사를 본다. 삼성중공업이나 다른 큰 회사들 소식을 보면 단위가 다르긴 하더라. 우리 회사 HR 담당자도 가끔 컨설팅을 받는지 뭔지 복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문을 돌리는데, 정작 직원들이 원하는 건 그런 거창한 명분보다는 그냥 연봉 조금 올려주거나 복지 포인트 사용처를 늘려달라는 게 전부다. 상생협력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단어들은 복도 게시판에 붙어 있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복지라는 게 사실 회사의 생존 전략이랑 직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그걸 누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이게 나한테 실질적인 도움이 되나만 계산하게 되니까.

집단급식소 이용권의 기억과 남은 고민

예전에 다니던 곳에서는 집단급식소 식권을 따로 줬었다. 그게 참 묘한 게,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싶어도 식권이 아까워서 억지로 구내식당에 가는 날이 많았다. 공짜라면 공짜인데, 왠지 내 돈 내고 먹는 기분이랄까.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 회사에서 복지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면서 창밖을 보는데, 이런 소소한 것들이 과연 우리가 말하는 ‘복지’의 전부인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회사 복지라는 게 나라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 굴러가기 위해 사람을 붙잡아두는 장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더 바라는 내 모습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끝내 해결되지 않는 소소한 불편함

오늘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데 하필이면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반쯤 마시다가 버렸다. 300원이라 큰 상관은 없지만, 괜히 기분이 조금 그랬다. 다음에는 그냥 밖에서 사 먹어야지 다짐하면서도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습관처럼 사원증을 들고 자판기 앞에 서 있겠지. 사실 복지라는 게 거창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일 출근해서 자판기 컵이 잘 나오길 바라는 정도, 그게 지금 내가 회사에서 느끼는 복지의 실체인가 보다. 좀 허무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이게 더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팀 동료는 새로 들어온 복지 포인트로 뭘 살지 고민하던데, 나는 그냥 밀린 카드값이나 갚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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