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더미 속에서 길을 잃다
처음에는 단순히 밀키트 무인 매장 하나 해보려고 가볍게 시작했던 일이었다. 아는 언니가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꽤 괜찮은 금액을 지원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혹해서 사업계획서라는 걸 쓰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그냥 내가 뭘 팔고 어떻게 돈을 벌 건지 쓰는 수준이 아니었다. ‘IP 역량강화’니 ‘가업승계 전략’이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이 튀어나오는데, 솔직히 인터넷에 떠도는 샘플들을 몇 개 복사해서 붙여넣다가 며칠 밤을 꼬박 새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라 했던 게 왜 그랬나 싶다. 전문 컨설팅을 받으면 좀 나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봤지만, 막상 상담을 받아보면 내 사업 아이템보다는 자꾸 정부가 내건 정책 코드에 맞춰서 내용을 뜯어고치라는 말만 들었다. 나만의 개성은 사라지고 점점 서류상의 유령 같은 사업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비용 절감과 현실 사이의 괴리
무인 밀키트 매장을 하려면 사실 냉장고랑 키오스크, 그리고 초기 물량이 중요한데, 초기 자본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무리하게 컨설팅 비용을 지출한 게 패착이었나 싶다. 300만 원 정도 되는 컨설팅비를 쓰고도 정작 중요한 세무 관리나 고정비 절감 전략은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국세청 공제 혜택 같은 건 정말 나중에야 알았다. 처음부터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봐주는 사람을 만났어야 했는데, 다들 큰 그림만 그리라고 하지 세세한 세무 리스크까지는 안 챙겨주더라. 요즘은 새벽에 매장 나가서 재고 정산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사장인지, 아니면 서류 정리에 쫓기는 행정 직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기구 필라테스 샵을 차린 지인도 비슷한 말을 하던데, 결국 남는 건 빚과 서류뿐이라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원 프로그램
관광두레 사업이나 지역 기반 창업 지원도 알아봤다. 화순의 어느 사례처럼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모델이 참 좋아 보였는데, 막상 신청하려고 보니 업종 제한에 걸리거나 내가 생각한 사업 방향이랑은 핀트가 어긋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여성 창업 지원금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덜컥 주는 현금이 아니라 다 교육 프로그램이나 대출 연계더라. 교육받는 시간만 일주일에 20시간씩 잡아먹으니 정작 매장 오픈 준비는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컨설팅을 받으면 금방이라도 성공할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은 매달 나가는 월세 걱정에 키오스크 고장 나면 발만 동동 구르는 게 전부다.
그래도 남은 찜찜함
지금은 일단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긴 한데,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수익률은 처참하다. 정부 과제나 사업계획서에 썼던 화려한 비전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냥 매일 들어오는 밀키트 재고나 확인하는 신세다. 이게 맞게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컨설팅 업체에 휘둘리지 말고 내 마음대로 작게 시작했어야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이 좋다는 거 다 챙겨보고, 전문가 조언 듣는다고 시간을 썼는데 정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들은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오늘도 매출 정산표를 보면서 다음 달 세금 낼 걱정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좀 더 버티면서 천천히 시작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왜인지 모르겠다.

냉장고랑 키오스크에만 집중했으면 지금쯤 더 수월했을 것 같아요. 사업 계획 단계부터 세무 부분 좀 더 꼼꼼하게 알아봤어야 했는데.
컨설팅 비용 들었는데, 세무 관리는 정말 꼼꼼히 봐야하다니… 새벽 재고 정산하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세무 관리 챙기지 않은 게 정말 안타깝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사업 시작 전에 세무사와 상담하는 게 필수라는 걸 확실히 하고 싶어요.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니, 아이템 자체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본래 하고 싶었던 게 흐려지는 느낌이네요.